요가

아는 동작이다? 해봤던 동작이다? 절대 같은 동작은 없다. 인생에 같은 동작이라는 건 없다. (공부도 마찬가지 아닐까? 같은 내용, 같은 페이지는 없다. 매번 더 깊어져야 한다.)

2번 시키면 그 2번이 달라야 한다. 그냥 같거나 오히려 후퇴하면 2번 할 이유가 없다. 100번 시키면 막 졸기까지 한다. 그건 그냥 죽어있는 것과 다름 없다.

지식만 쌓으면 뭐하나? ‘존재’가 부실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존재가 힘이 있어야 지식도 제대로 쓰인다. 손 끝도 따라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이끌리면 세상에는 얼마나 이리저리 이끄는 것이 많은가, 다 물리치지 못하고 이끌려 다니는 수밖엔 없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갈 것이다

등신 같이 토익 접수 기한을 놓치고 업무에서 자잘한 실수는 여전해도, 나는 요즘 참 행복하다.

다른 이유가 없다. 오래 기대했던 대한적십자사 수상인명구조요원 교육을 실제로 받고 있고, M.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차분하게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는 게 좋다. 지금의 내가 그럴 여유가 있다는 것도 좋다. 성난 얼굴이 아니라 따스하게 돌아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당시의 내가 미숙하고 부족했음은 인정하지만, 과거를 그리고 과거의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예전보다는 지금의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됐기 때문이다.

특별히 성과를 내거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일상이지만, 그래도 좋다. 가끔씩 전역 이후의 삶에 대한 구상이 흔들릴 때마다 불안감이 엄습하지만, 그래도 좋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갈 것이다. 그 외의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변수를 끌어안고 가는 것

성탄은 넘길 줄 알았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을 수 있다는 걸 오늘 알았다.

촘촘히 짰던 계획은 뒤틀릴 것이고, 덩달아 내 속도 뒤틀릴 것이다.

그래도 어쩌랴!

한 친구의 말처럼, “삶이란 변수를 쳐내는 것이 아니라 변수를 끌어안고 가는 것”이니,

잡을 것은 잡고, 흘릴 것은 흘리고, 그렇게 우주의 시절 인연이 이끄는 대로,

혹은 어느 종교의 표현을 따르자면, 주님께서 예비하신 대로,

또 어디론가 나 역시 흘러갈 뿐이다.

세상에 질문을 던지며 살라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マスターキートン)을 보며 “인간은 언제 어디에서도 배울 수 있다”는 말을 가슴에 담았고, 대학 졸업 후 입대하여서는 하물며 군대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기본군사훈련을 받는 도중에 박이철 선배의 강연을 들었다.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는 시간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가 아래의 강연 내용을 듣고는 귀가 번쩍 뜨였다.

“언젠가 아들 녀석이 하늘은 왜 파랗느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나는 다시 되물었습니다. 너는 왜 파랗다고 생각하느냐고….

아들은 아무말도 없더군요.

여러분, 질문을 하는 쪽이 이기는 겁니다.

세상의 질문에 답하기보다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며 사세요.”

세상에 질문을 던지며 살라. 고된 훈련과 수면 부족으로 찌들어 있던 나는 순간 짜릿함을 느꼈다. 그래서 곧장 노트에다 적고, 그날 저녁 훈련일지에도 적고,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적고, 몇 번을 되뇌었다. 그러나 정작 이 말을 행동으로 옮기고자 결정한 것은 최근이다.

나 혹은 우리는 지금껏 세상의 질문에 답하느라 바빴다. 수능점수, 학점, 스펙, 연봉…, 세상이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가느라 허덕였다. 이제 더는 세상이 내주는 질문에 맞추어 나를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고, 모범답안을 내놓지 못하는 스스로를 책망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나도 세상에 물음을 던질 것이다.

이제는 내가 묻고, 세상이 답할 차례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해내기

학부4년이라는 시간 아니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 몇가지 있을 것입니다. 그 때는 그것만 찾아해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겠지요.

― 인남식 교수님의 답장

읽으면 읽을수록 그 의미가 와닿는다. 최근의 나는 쓸데없이 먼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래를 볼 일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나를 봐야 할 일이 아닐까?

나의 꿈을 찾아서 발을 옮기는 것과 그저 미래의 내 모습이 어떨지를 예측하고 걱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미래를 1부터 100까지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소모적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즐겁게 해낸다. 그렇게만 살아도 후회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