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에어로빅

누가 감히 신천변 아주머니들의 단체 에어로빅을 비웃을 수 있어? 직접 해봐. 일단, 해보면 절대 비웃음이 안 나올걸. 아니, 웃음조차 나오지 않을 거야. 무엇보다, 엄청 쪽팔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멈춰서서 쳐다본다고. 노래도 무지하게 경박한 뽕짝 트로트 메들리 뭐 그런 거야. 주요 동작은 가급적 허리를 사용해서 앞뒤나 양옆으로 털면서 하게 돼있어. 되게 민망해, 그거. 그냥 털면 안 돼. 엄청난 BPM으로 털어야 자세가 나와. 근데 제일 중요한 건 이걸 한 시간 동안이나 쉬지 않고 한다는 거야. 특히 에어로빅 강사 분 바로 앞 두 줄의 아주머니들은 거의 선수급 몸동작을 보여주셔. 민첩하고 정확하며 힘있기까지. 내가 정말 어지간한 효자였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열심히 따라하는 엄마 혼자 두고 도망치려고 했어. 결국 도중에 옆구리가 아파서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쉴 수밖에 없었어. 나는 앞으로 단체 에어로빅을 보면 절대 비웃거나, 웃거나 하지 않을 거야. 경의를 표하며, 서둘러 지나칠 거야.

2주 만에 찾은 집

2주 만에 찾은 집. 변한 것이 없다. 그래서 안심이 되고 또 한 편으론 불안하다. 결혼한 누나는 도통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반경 5km 내에 살면서도 이렇게 보기가 힘들다. 원망은 아니다. 아쉬움이다.

금요일 밤에는 『로지코믹스』를 읽었고, 비록 만화이긴 했지만 독특한 구성과 남다른 깊이, 분량에 압도당해 새벽까지 못 잤다. 주말 의례라 할 아버지와의 운동을 걸렀다. 늦잠을 잤고 고구마로 아침을 때웠다.

점심 때는 후배를 만나서 데이트를 했다. (남자 후배다.) 삼락식당에서 장찌개와 오징어볶음을 시켜먹었다. 지난 번에도 그랬듯 오락실에 가서 철권 몇 판을 함께 하고 카페로 이동했다. 나는 그에게 간밤에 읽은 책에 대해 쉬지 않고 떠벌렸다.

예전에 구입해뒀던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를 들고 나갔다. 몇 장 못 읽었는데, 의외로 야들해서 재미가 붙었다. 그의 미용실까지 따라가서 구석에 앉아 몇 장을 더 읽었다.

토요일 밤에는 방 청소를 핑계로 동이 트기 직전까지 책장 이곳저곳을 후비며 책들을 어루만졌다. 내 앞에 무한의 시간이 주어졌다면, 선뜻 책들에 파묻혔을 것이다. 다음 주에 읽을 것들 몇 권만 골랐다.

어찌된 연유인지 연일 악몽을 꿨다. 전날엔 몇 번씩 잠에서 깨기도 했으나 오늘은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그토록 생생하다는 것에 놀랄 뿐이었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부터 먹었다.

점심을 먹고도 계속 엎드린 채 가수면 상태를 즐겼다. 살풋 잠이 들었다가도 TV소리에 눈을 뜨고, 다시 잠들고를 반복했다. 돌아누어 천정을 보다 문득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 집 거실은 참으로 적막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세계의 의미는 기호 속에서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지당한 말씀이다. 기호는 지도일 뿐이다. 아무리 완벽한 지도도 실재의 모사에 불과하지 실재를 대체할 수 없다. 『로지코믹스』의 저자들은 ‘광기’란 “실재와 지도를 혼동하는 것”이라 결론내렸다.

우리는 불가해한 세계에 맞서 기호로, 활자로, 책으로 도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는 내일부터 다시 달릴 것이다. 이 결심이 이번 주말 휴일의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