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끝나면

금요일에 친구의 연락을 받고, 바로 다음날인 토요일에 박노해 사진전 <나 거기에 그들처럼>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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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좋았다. 사진은 피사체가 가장, 구도가 그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아주 흡족했다.

구경 잘 하고 도망가려다 친구 손에 이끌려 도록을 사고, 줄 서서 박노해 시인의 사인도 받고, 덩달아 화두(“정치 한다는 친구들 대통령 한다 그러고 그러고 떠나도 사랑은 남더라고요.”)도 얻고, 박노해 시인의 새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도 선물 받았다. 온반과 냉면도 먹었다지.

마종기 시인 이후로 시를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선물도 받은 김에 펼쳐 보았다. 대개가 쉽게 읽혔다. 그러니 어렵게 썼겠지 싶다. 운문 임에도 산문을 읽는 듯 서사가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 시는 읽는 게 아니라 읊는 거라고 했던가? 어쨌거나 시인은 미학보다는 정치와 윤리에 더 관심이 많으신 듯 하오니.

길이 끝나면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 봄이 걸어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박노해 시인 특강 수강기

금요일 5,6교시 정치학입문(김기정, 김성호, 진영재 교수 팀티칭)시간에 김기정 교수님께서 7,8교시에 연희관 404호 강의실에서 박노해 시인의 특강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특강은 분위기 있게 시작했다. 열정적인 음악. 메르세데스 소사. 그리고 봄. 박노해 시인의 과거사.

  • Intro : Merecedes Sosa – ‘Gracias a la vida’

  • 감옥에서‥
    • 절 받는다 – 저를 받는다 (낮음, 겸허함)
    • 나쁜사람 – 나뿐인 사람, 아상은 하늘도 어쩌지 못함.
  • 큰 배움은 큰 물음을 던지는 것
    • 인생관·세계관·가치관 → 이 3가지 것들에 끊임없이 큰 물음을 던져야 한다.
    • 존재의 근원적인 이유에 대한 책임
    •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멀리 바라볼 수 있었다” → “거인은 어깨에 태워줄 수도 있지만, 그 거대한 발로 우리의 머리를 짓밟을 수도 있다” 거인(=역사, 관습, 시스템)
    • 기존의 것들에 대한 거대한 물음
  • 젊음
    • 젊음은 곱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 세계와 不和하는 것. 세상에 간택당하는 노예가 되지 말라.
  • 진리
    • “진리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깨치는 것이다”
    • “길을 찾는다는 것은 넘어지고 쓰러지면서 수풀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 “사랑은 몸을 던져서 하는 것, 머리로 계산하면서 하는 것이 아니다”
    • “진리를 배우려고 하는가, 진리를 살려고 하는가. 길을 찾으려고 하는가, 길을 걸으려고 하는가. 사랑을 말하려고 하는가, 사랑을 하려고 하는가”
    • “저항과 투쟁에도 때가 있다”
    • “리더는〔가치중심-인간미〕를 가져야 한다.”
    • “가난은 미덕, 예수는 왜 한마리 양을 찾아 내려갔는가”
    • “머리보다 가슴보다, 손과 발. 발은 그냥 발이 아닌 정신의 발”
    • “늙은 개처럼, 채이고 밟혀도 묵묵히 가야한다”
  • 봄 그리고 진달래와 철쭉.
    진달래는 봄을 붉히고 쓰러진다.
    진달래가 쓰러지더라도 봄은 봄이다. 진달래는 봄을 열고 사라진다.

중간중간에 읊어주는 詩. 그 역시 감동적이었다.

나눔문화에 대한 설명과 100-10-1에 대한 얘기.

아마 그것은 모든 대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100권의 古典을 읽고, 10명의 벗을 사귀고, 1명의 참스승을 만나라” 그리고 “사랑만큼의 실력을…”

모든 강의가 끝나고, 질문과 답변 시간도 끝이나고, 직접 만나뵈어 사인을 받았다. 한 자, 한 자에 정성을 기울여서 쓰시는 모습..

“마음이 깊으면 꽃이 핀다!”
2004年 봄날
박 노 해

오늘 강연에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요즘 내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약간의 힌트를 얻은 것이다. 게다가 「나눔문화」라는 단체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시간이 된다면 직접 참여해보고 싶다.

진정 나를 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