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택시 앱 유감

서울시가 약 ‘10억’을 들여서 아무도 안 쓸 것 같은 앱을 만들었다. 마음이 아파서 차마 ‘쓰레기’라고는 못 쓰겠다.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지 말아야 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그 강도가 약한 수준이 아니었음에도,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의 방향타를 돌리기는 역부족이었던 것일까.

반면, 소위 ‘한복 여성’이 등장한 서울시 광고 포스터는 “기생관광을 암시한다”라는 일견 과도해 보이는 해석 논란이 있자마자 며칠 만에 철회 기사가 떴다. 주변 디자이너들도 혹평할 정도였으니 원래가 좋은 디자인이라고 하기도 어려웠거니와, 변경에 따른 비용 발생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결정이 가능했으리라 짐작한다.

정부 등 중앙부처에서 개발한 공공 앱 1768개 중 642개가 폐지되었다는 기사가 올해 초에 보도되었다(“만들었다 없앴다 ‘공공 앱’…수백억 예산 ‘줄줄’”). 이번에 출시된 서울시 택시 앱이 어떤 수순을 밟아 어떤 운명에 처할 것인가를 미리 알려주는 부고 기사처럼 읽힌다.

‘전자정부(e-government)’, 공공분야의 디지털 역량 강화, 공공서비스의 디지털화 등등 다 좋은 얘기이고, 그래서 여러 시행착오의 기회를 원천봉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지만, 공공+민간의 ‘협치’와 공공/민간 영역의 ‘혼동’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정부, 지자체 차원의 디지털 가이드가 존재하는지, 만약 존재한다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참고로, 영국에는 「정부 디지털 설계 원칙」(Government Digital Service Design Principles)이 있다고 한다(기사). 이 원칙 중 “2. Do less ― Government should only do what only government can do.”(적게 해라 ― 정부는 정부만 할 수 있는 일만 해야 한다.)에 눈이 머문다.

* 뒤늦게 알게 된 사실: 한국 정부(前미래창조과학부→現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2015년부터 ‘소프트웨어(SW)영향평가제도’를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정부, 지자체 주도의 공공정보화사업이 중복개발에 따른 예산낭비에 빠지는 것을 막고, 민간시장을 침해하여 SW산업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대상기관에는 중앙부처 및 광역자치단체가 포함되어 있어 서울시 역시 본 제도의 적용 대상이었는데도 이런 결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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