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김대식, 2016)

뇌과학, 뇌인지과학을 공부하고 KAIST 전기, 전자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대식 교수의 인공지능, 딥러닝(Deep Learning) 관련 강연을 활자로 재구성한 책. 이른바 ‘알파고(AlphaGo) 쇼크’ 이후 범람하듯 출간된 인공지능 관련 서적 중 하나인데, 얇기도 얇고 읽기도 쉽다.

기계에게 쉬운 일, 인간에게 쉬운 일

과거 전통적인 인공지능 개발에서 겪었던 어려움은 바로 인간에게 쉬운 일(ex. 걸어 다니는 것, 물체 인식하는 것, 목소리를 알아 듣는 것 등)을 기계에게 구현시키기는 매우 힘들다는 점이었다(이른바,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

먼저, 지능이 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그러므로 어떻게 기계에게 지능을 줄 것이냐는 물음은 어떻게 기계에게 사물을 인식시킬 것이냐는 물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하자면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인 언어로 기계를 인간 수준으로 이해시킬 설명을 찾는 것인데,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언어의 해상도가 인식의 해상도보다 훨씬 낮다(이른바, Many to one mapping 문제. 그래서 언어로 표현이 어려운 ‘직감’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 그리고 그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그렇다면, 이 무한에 가까운 변이를 설명으로 다 묶어내는 대신에 무한에 가까운 데이터Big data를 기계에게 학습시킨다면? 그게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한편, 인간은 어떻게 기계가 어려워하는 일을 쉽게 해낼 수 있는가? 인간의 뇌는 생물체의 진화 과정에서 이 문제들을 풀었고, 그 답을 뇌 안에 신경회로망으로 갖고 있다. 결국, 그냥 답을 알고 있으므로 쉬운 것이다. 인간이 만든 논리 언어 기계(폰 노이만von Neumann 기계)인 컴퓨터가 연산을 쉽게 해결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이미 기계 언어를 통하여 논리적으로 정의된 문제에 대하여 답을 내어놓을 뿐이다.

컴퓨터와 인간의 뇌의 차이

컴퓨터가 인간의 뇌를 본떠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과 정보를 저장하는 방법이 다르다.

컴퓨터는 정보를 가감 없이 입력하는 반면, 뇌는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해석을 거쳐서 받아들인다(ex. 착시현상 ― 착시가 재미있는 이유는 우리가 착시의 진실을 과학적으로 이해했음에도 여전히 눈에서 착시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아무리 알아도 세상이 똑같아 보인다.”).

또한, 컴퓨터와 달리 인간의 뇌는 정보의 저장을 일종의 무늬(패턴) 형태로 하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20세기 들어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계층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한다. 층마다 서로 다른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딥러닝(Deep Learning)의 등장

자, 드디어, 딥러닝(Deep Learning). 이 알고리즘은 인간의 물체 인지 과정을 개념적으로 모방한 시스템이다. 더 이상 인간이 기계에게 세상을 설명하지 않고, 세상에 관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Big data)를 집어넣어(Input) 이 데이터에 포함된 통계학적인 정보에 대해 점점 더 압축된 표현을 만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이 과정을 학습Learning이라고 한다).

이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태동한 것은 1957년. 프랭크 로젠블라트(Frank Rosenblatt)가 발명한 퍼셉트론(Perceptron)부터. 이후, MIT의 마빈 리 민스키(Marvin Lee Minsky) 교수와 시모어 페퍼트(Seymour Papert) 교수에 의해 단층 퍼셉트론의 한계가 지적되고, 데이비드 룸멜하트(David Rumelhart)와 데이비드 클라렌스 맥클리랜드(David Clarence McClelland)가 다층 퍼셉트론(MLP, Multi-Layer Perceptron)을 효율적으로 학습시킬 수 있는 ‘오차 역전파법’(backpropagation)을 제시하였다고.

이 다층 퍼셉트론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오차 값이 깊은 층수들로 역전파되면 점점 왜곡되어버리는 ‘사라지는 경사도’(diminishing gradient) 문제. 또한, 깊은 신경망 층수들은 깊은 층수를 가질수록 더 추상적인 학습이 가능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실을 추론해내기 어려워한다는 약점도 갖고 있었음.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 연구팀은 깊은 층수의 MLP 역시 ‘사전 학습’(pre-training)을 통해 트레이닝 시킬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인공신경망을 랜덤으로 ‘죽여주면’ 추론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오차 역전파와 사라지는 경사도 문제 그리고 인공신경망을 랜덤으로 죽여준다는 게 대체 무슨 얘기일까…)

어쨌거나 이 정도까지가 개략적인 딥러닝 개발사(史)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딥러닝의 학습 과정에 대하여.

딥러닝의 학습 과정

딥러닝 학습은 크게 세 가지 방식: (1)슈퍼바이저 학습(supervised learning).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고 데이터와 함께 결과값까지 컴퓨터에게 알려주어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시스템에 있는 파라미터(parameter)들을 최적화시키는 방법. 학습은 가장 잘 되지만 비현실적인 방법임.

(2)비슈퍼바이저 학습(unsupervised learning).

(3)보상 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이 방법은 시스템이 답을 냈을 때 정답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맞았는지(o) 틀렸는지(x)만 알려주는 것.

알파고(AlphaGo)를 개발한 딥마인드(DeepMind)는 2015년 ‘깊은 보상 학습’(DQN, deep Q-network)이라는 혁신적인 알고리즘을 발표.

딥러닝의 진화

“딥러닝이라는 모델을 뇌를 이해하려고 만든 것인데 딥러닝이 복잡해지니 딥러닝 자체를 이해 못하게 되었다.”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은 ‘인지자동화’에 가깝게 발전하고 있다. 자동화의 핵심은 대량생산. 앞으로는 상당 수의 지적 노동도 자동화 되어 대량생산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가 바로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무인자동차의 등장. 무인자동차 시대는 생각지도 못한 변화가 올 것(ex. 현재 자동차의 10%로 수요를 충족할 수 있고, 교통정체가 사라지고, 연료가 절감됨). 완성차 제조업은 쇠락하고 자동차부품업은 건재할 것이며, 컨텐츠 산업이 더욱 강해져서 결국 운송수단 요금의 무료화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

일어나지 않을 일 같다고? 특이점은 온다. 추수감사절 하루 전 날, 지난 1년 동안 행복했던 칠면조가 다음 날 아침 맞이하게 될 변화를 생각해보라.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 인류의 미래

‘약한 인공지능’이란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글을 쓰고 정보를 조합하고 이해하는 정도의 인공지능을 의미하고, 이에 더하여 독립성, 자아, 정신, 자유의지가 있는 기계를 ‘강한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강한 인공지능은 불가능할 것인가? 만약 강한 인공지능이 가능하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박사와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강한 인공지능이 생기면 인류가 멸망한다, 강한 인공지능은 핵폭탄보다 더 위험하다고 이야기 했고,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교수는 『슈퍼 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라는 책에서 인공지능은 만들어 질 수 밖에 없고 그냥 인공지능이 아니라 초지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썼다. 실제로 강한 인공지능이 생겼을 때 인류에게 주는 영향에 대한 모든 시뮬레이션은 인류멸망으로 끝이 났다고.

앤드류 무어(Andrew Moore)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 한 적도 있다고: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인류는 멸망한다. 그런데 그게 왜 나쁜가? 인류가 멸망하는 것이 왜 나쁜지 설명해봐라.”

그렇다면,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을 막을 수 있을까? 여러 제안이 있지만 그다지 실효성이 없어 보이고 그나마 가장 나은 것은 강한 인공지능이 ‘지구에 인간이 있는 것이 좋다’라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인간은 미래 기계의 평가 수준에 맞도록 행동하여야 한다. 인류가 없으면 인공지능도 외로울 테니 살려달라고 재롱을 부리거나, 아니면 계몽을 완성하여 도덕적으로 성숙하거나.

이제 인간은 지금껏 스스로 해왔던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 지금껏 인간이 인간의 약속을 어겨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더 뛰어난 지능이 그 약속의 존재를 알게 되어 인간이 그 약속을 지키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것이므로.

글쓴이

Sehee Park

Advocate for Innovators. Law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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