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어 히어로 (アイアムアヒーロー, 2015)

“ZQN”이라 명명한 원인 불명의 감염으로 인하여 좀비들이 창궐한다는 이른바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

제목과 달리 신나게 좀비들을 썰고 머리통을 날리는 그런 히어로는 등장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설정 덕분에 스토리가 탄탄하다고 느꼈는데, 별안간 마무리가 싱겁다. 동명의 원작 만화가 있고, 현재 일본에서 연재 중이므로, 어정쩡한 결말로 막을 내린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에서는 이 작품이 꽤 인기가 있어 영화의 스핀오프 격인 드라마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생각 이상으로 고어한 장면이 많다는 점을 굳이 일러둔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2)

와, 역시, 최민식. 하정우, 조진웅, 곽도원, 김성균, 마동석이 서운해할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최민식이다. 이 영화는 최민식의 영화다. (최민식은 이 영화로 3개의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부제가 ‘나쁜놈들 전성시대’인데, 영화를 보고 나면 비리 세관 공무원이었다가 반달이 되어 정관계 인맥을 주무르는 최민식, 조직폭력배 두목으로 잔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하정우 그리고 이들이 활개칠 수 있도록 뒤를 봐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아먹고는 시대가 바뀌자마자 입을 싹 닫는 정관계 인사들, 그들 중 누가 제일 나쁜 놈인지 알 수 있다.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 (Sully, 2016)

2009년 1월 15일, 승무원 포함 155명의 탑승자를 태우고 라과디아 공항을 떠난 비행기가 이륙 2분 만에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 2개를 잃고 허드슨강에 비상 착수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 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은 0명. 탑승자 전원 생존. 일명 “허드슨강의 기적”이다.

이 기적의 주인공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기장 설리는 영웅으로 추앙받아 마땅하지만,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설리의 오판 가능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영화의 유일한 대립선인 NTSB의 집요한 추궁은 설리의 침착함과 노련함을 부각시키며 영웅적으로 봉합된다.

탑승객들을 모두 탈출시키고 마지막으로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끝까지 현장에 남아 탑승자 전원의 구출 여부를 확인하려는 설리의 모습을 보며 기적이 되지 못하고 비극이 되어버린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지 않을 도리란 없었다.

2016년은 그리고 2017년에는

나에게 2016년은,

1.
내가 그동안 어머니에 관하여 얼마나 무심했는지 뼈저리게 반성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새긴 해였다. 몇 해 전부터 기력이 약해지셨던 어머니. 항상 건강하셨기에 그저 갱년기 증상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7월에 병원에서 구체적인 진단이 나왔다. 병명을 듣고 어머니와 가족들 모두 충격이 컸다. 때마침 7월 한 달, 일을 쉬었던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남해로 갔다. 2박 3일. 짧은 기간이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이었다. 어머니가 쇼미더머니를 즐겨 보시고, 지코를 좋아하신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 그러고 보니 나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것에 관하여 거의 알지 못하였다. 여행 사진, 여행에서 어머니와 나누었던 대화를 담은 사진집을 만들면서, 혼자 많이도 울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2.
2월, 아내의 임신을 확인한 때가 올해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 9월, 40주의 기다림 끝에 아이를 만났을 때는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고생한 아내가 너무 안쓰러워서 눈물이 났다. 우리 부부의 모든 시간과 공간은 매우 자연스럽게 아이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아내를 만나 결혼을 결심할 당시 겪었던 ‘가치관의 재편’을 아이를 만나면서 또 한 번 경험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며, 기쁨과 책임감의 최대치를 매일 경신했다. (다만, 이 덕분에 촛불 정국 속에서 단 한 번도 거리로 나서지 못했고, 지인들의 결혼식 등을 잘 챙기지 못했다.)

3.
1년 2개월여의 서초동 로펌 생활을 과감히 정리했다. 그리고 새로이 금융 분야, 스타트업 씬과 접점을 만들었다. 커리어와 관련된 변화이기는 하지만, 앞의 두 개인사의 큰 영향을 받은 결정이었다. 새 그릇을 만들었으니 이제는 채울 일만 남았다. 2017년에는 여기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

그래서 2017년에는,

1.
어머니를 모시고 또 한 번 여행을 가려고 한다. 일찌감치 계획을 세워두었다. 그리고 지코Zico의 싸인이 담긴 CD를 구해서 어머니께 선물할 것이다. 한가위 연휴를 이용한 가족여행 계획도 있다. 명절엔 집에서 쉬는 게 제일이라는 구닥다리 같은 생각은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을 유예하며 살지 않을 것이다.

2.
일이든 생활이든 보다 본질적이고 소중한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려 한다. 일정의 군더더기를 걷어내기 위해 손으로 쓰는 플래너를 다시 사용하기로 했고, 그 수고로움을 즐기기로 했다. 여력을 모아서 좋아하는 운동, 특히 수영과 등산을 자주 할 것이고, 아내와 총총이와 여기저기 쏘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을 것이다.

3.
읽기와 쓰기 면에서 2016년은 아쉬움이 컸다. 새해에는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상황에서 읽으면 얼마나 읽을 수 있을지를 실험하는 기분으로 읽고 기록하려 한다. 어디까지나 ‘기록’에 방점이 있다. 가훈 “수신(修身)”을 명심하여 몸과 마음을 자주 드러내어 닦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