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어떠한 상황 ― 난생 처음이고 어렵고 고되고 당황스럽고 황당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막막하고 낯뜨겁고 민망하고 남부끄러운, 그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과거를 부정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책임을 회피하지도 타인을 원망하지도 미래를 비관하지도 그렇다고 요행을 바라지도 말며, 무엇보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뿐이라는 의연함으로 묵묵히 돌파해내기를.

한 선생님의 영화 같은 이야기

The National Teacher of the Year had the best reaction to introducing Obama at an event (Business Insider)

美 2016 올해의 교사(2016 National Teacher of the Year)로 선정된 Jahana Hayes 선생님.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직접 Obama를 소개하는 감격과 기쁨으로 어찌할 바를 모른다. Obama 대통령은 그런 그를 보며 저렇게 열정적인 덕분에 위대한 교사가 된 것이라고 덧붙인다. 재치있다.

10대 시절, Jahana 선생님은 아이를 갖게 되어 학업을 거의 그만둘 뻔하였지만, 당시 그를 가르치던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계속해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얼마 전 본 영화 프레셔스(Precious, 2009)가 떠올랐다:

…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프레셔스가 오프라 윈프리처럼 인생 대역전을 이루게 될지, 아니면 영원히 가난한 흑인 마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폭행에 시달리며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될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누가 감히 프레셔스에게 ‘희망’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 자신도 레인 선생님을 따라 고통이란 이름의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하고자 노력하는 프레셔스에게 조심스럽고 간절한 응원을 보낼 뿐이다.

그런데 오늘 Jahana 선생님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니, 영화 속 프레셔스의 미래를 궁금해하면서 굳이 ‘오프라 윈프리’ 사례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프레셔스가 영상 속 Jahana 선생님의 모습으로 커가는 상상을 해본다. 영화 같은 현실을 몸소 증명한 Jahana 선생님께 감사하다.

백엔의 사랑 (百円の恋, 2014)

레프트훅 한 방으로 인생역전…이 될 리는 없겠지만

남들이 보기엔 참 답답한 삶이다. 이치코(안도 사쿠라 憤)는 올해 나이 서른둘의 히키코모리. 도시락가게를 하는 부모 집에 얹혀살면서 조카와 비디오게임을 하는 게 유일한 낙인 사람. 그래도 화를 낼 줄은 알아서 동생과 크게 다툰 후 돌발적으로 집을 나온 다음에는 편의점(백엔샵) 심야시간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간다. 표정도 억양도 없고, 불만도 불평도 없는 이치코의 삶은 ‘체념’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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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노답 인생, 이치코

이치코는 매번 편의점에서 바나나를 사가는 ‘바나나맨’ 카노(아라이 히로후미 憤)의 초대로 그의 복싱경기를 보게된다. 서로 죽일 듯이 때리다가 경기가 끝나면 서로의 어깨를 다독거리는 바로 그 장면에 반한 이치코는 복싱을 시작한다. ‘서른둘’의 나이 때문에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지만, 이치코는 링 위에서 시합을 해보고 싶다. 카노와의 짧은 동거가 영문도 모른채 끝이 나고,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부랑자가 가져가는 것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편의점에서 해고를 당한 이치코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도시락가게 일을 돕는다.

프로복서 테스트를 한 번에 통과하고 드디어 성사된 첫 시합. 이치코는 전적 4전 전승의 ‘검은 표범’이라는 별명을 가진 청코너와 맞붙는다. 지금껏 땀흘리며 했던 연습들이 어떻게든 쓸모가 있기를 바랐지만, 링 위에 선 홍코너 이치코는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두드려 맞기만 한다. 그래도 처절하게 버티고 버틴 이치코. 가까스로 회심의 레프트훅 한 방을 날린다!

그러나 그 한 방으로 경기가 뒤집히는 ‘영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청코너의 어퍼컷에 그대로 뻗어버린 이치코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다음 더 싸울 것이라며 발광해보지만, 이미 경기는 끝나버렸다. 정신을 차린 이치코는 청코너에게 다가가 어깨를 도닥여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경기를 보고 감동한 가족들이 이치코를 찾아와 격려한다거나 감동을 쥐어짜는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피멍이 들어 엉망으로 부어 버린 얼굴로 거울을 보던 이치코는 짐을 싸서 경기장 밖으로 나온다.

이치코가 링에 오를 때 등장하는 음악은 “백엔 백엔 백엔 생활, 싸요 싸요 뭐든 싸요!” 이치코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백엔샵의 로고송이다. 일단 터져나오는 웃음과 함께 대체 왜 이 노래를 골랐을까 궁금할 새도 주지 않고 이치코는 답한다. “저는 백엔짜리 여자니까요.” 이치코는 자신의 삶을 어설프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아픔과 상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값싼 동정을 바라며 과장하지 않는다. 마치 정직하게 뻗는 스트레이트 펀치 같다.

비록 남들이 보기에는 보잘 것 없는 “백엔짜리”의 삶이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단 한 번도 ‘성공’을 꿈꾸지 않으며 살았고, 딱 한 번 꿈꾸었던 승리조차 이루어내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염세적인 냉소나 작위적인 비장감 없이 그려낸 각본과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그 이야기들을 ‘진짜’의 무게감으로 연기해 낸 강렬한 눈빛의 안도 사쿠라 역시.

4등 (2015)

어떤 교육

준호(유재상 憤)는 수영에 재능이 있는 아이다. 재능이 있을 뿐 아니라 준호 본인이 수영을 좋아하기도 한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일치하는 드문 경우라 하겠다. 게다가 그리 늦지 않은 나이에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복을 받기도 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준호에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수영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메달권 밖인 4등을 한다는 것 뿐이다. 준호가 계속 4등만 하는 것. 이것을 문제 삼는 것은 준호 엄마(이항나 憤)다. 준호 엄마는 매번 4등만 하는 아들 때문에 속을 썩는다. 자신의 아들인 준호가 평생 4등만 하면서 “꼬리꼬리”하게 살까봐 두렵다.

그렇게 찾아간 코치 광수(박해준 憤). 준호 엄마는 광수를 소개 받으면서 ‘준호가 상처 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듣지만, 광수를 소개해 준 이에게 “그 상처, 메달로 가릴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인다. 그 ‘상처’가 준호에게 얼마나 깊은 흔적을 남길지는 일단 생각지 않는다.

광수는 처음에는 준호를 방치하지만, 준호의 재능을 알아차린 이후에는 꼭두새벽부터 혹독하게 준호를 훈련시킨다. 준호의 나이에 비하면 가혹한 훈련 방식이다. 준호가 잠시 딴짓을 할라치면 가차 없이 몽둥이를 든다. 이건 준호의 나이와 무관하게 옳지 못한 방식이다.

준호의 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 정도로 체벌을 가하면서도 훈련이 끝나면 준호에게 핫도그를 사먹이거나 준호의 뭉친 근육을 마사지 해주는 광수. 그는 준호에게 “준호 너가 집중해서 잘 했으면 때릴 일이 없지 않느냐”며 타이르기도 한다.

16년 전, 광수는 무려 한국 신기록을 보유한 국가대표 수영 유망주였지만 태릉선수촌 무단이탈을 이유로 선수생명을 이어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 광수는 기록이 잘 나오는 자신에게는 매질을 하지 않았던 코치들이 원망스럽다며 준호에게 ‘제때 때려주는 선생이 진짜 선생’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맞아가며 훈련한 준호는 다음 대회에서 드디어 2등을 한다. 준호 엄마의 표현에 따르자면 “거의 1등, 거의 1등”인 2등이다. 준호도 자신의 방 옷걸이에 메달을 걸면서 온몸으로 기쁨을 만끽한다. 준호의 메달 획득을 축하하며 벌어진 고기 파티에서 준호 동생은 “형, 정말 맞아서 2등한거야? 그 전에는 안 맞아서 4등한 거였어?”라고 묻는다.

준호에 대한 체벌이 있음을 안 준호 아빠(최무성 憤)는 준호 엄마를 다그친다. “준호 맞고 있는 거 알고 있었어?” 준호 엄마는 “여보, 나는 준호가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것이 더 싫다.”고 답한다. 준호도 “내가 집중을 안 해서 맞은 것”이라고 말한다.

준호 아빠는 광수를 만나 구타 없이 준호를 훈련시켜 줄 것을 요구하지만, 다시 구타를 당하게 된 준호는 훈련 도중 광수로부터 도망친다. 그리고 그 좋아하던 수영을 그만두기로 한다. 맞아가면서까지 무언가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준호가 수영을 그만둔 것은 수영이 싫어서가 아니라 맞는 것이 싫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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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가 수영을 그만두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준호 엄마는 몸져 눕는다. 그 좋아하는 수영을 하지 못하는 준호도 힘들다. 결국 준호는 다시 광수를 찾아가 수영을 가르쳐 달라고 하지만, 광수는 준호에게 “너 혼자 해 봐. 넌 혼자 하면 더 잘 할 것”이라는 이 영화 통틀어 거의 유일하게 코치다운 가르침을 주고 자리를 뜬다.

영화 속 준호 엄마와 광수의 행태는 우리 사회에서 폭력을 정당화 하는 논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준호 엄마는 광수의 준호에 대한 폭력을 몰랐을 수도 있지만 알았어도 모른 척 했을 것으로 보인다. 준호가 평생 4등이나 하며 “꼬리꼬리”하게 살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게 다 준호를 위한 것이라지만, 엄밀히 따지면 수영 선수로 성공하지 못한 아들 준호의 모습을 보기 싫은 준호 엄마 자신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준호는 맞는 게 싫어 그 좋아하는 수영을 그만두기에 이르지 않았던가.

준호에게 폭력을 가하는 광수 역시 준호 엄마와 마찬가지로 준호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호를 때리는 것이라고 한다. 광수는 마치 자신이 코치로부터 제때 체벌을 받지 못하여 좌절을 겪은 피해자라도 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16년 전 코치의 무자비한 몽둥이질을 견디지 못하여 태릉선수촌을 뛰쳐나온 사람은 정작 광수 자신이다.

반면, 광수가 수영 코치로 강습레인 하나를 받아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 코치 덕분으로 보인다. 그 코치는 태릉선수촌에 입소하지 않고 열흘 넘게 노름을 하고 있던 광수를 찾아 태릉선수촌으로 보내고, 광수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잘 알지도 못하는 노름판에 앉아있어야 했다. 그저 웃고 지나가기에는 의미심장한 장면이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물 속에서 준호가 느끼는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이 표현된 부분이었다. 수영을 그만 둔 준호가 그 새벽에 결국 그 즐거움을 참지 못하여 수영장에 몰래 숨어들었을 때, 물 속에서 반짝이는 빛을 쫓아 다니는 모습은 물 밖의 환호와 순위 경쟁이 준호에게 아무런 의미가 될 수 없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주었다.

“1등 하면 기분이 어때?” 준호가 누군가에게 물었던 질문. 준호는 이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도 그대로 끝나버린다. 이렇게 저렇게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척 하는 영화이다. 이야기를 매듭 짓는 구구절절함이 없어 오히려 여운이 강하게 남는다.

이 영화는 ‘아무리 좋은 결과도 폭력적인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없다’는 교훈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전히 교육을 위하여 ‘사랑의 매’를 들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은 누가 무섭게 하거나 협박하면 열심히 하나요?” (아마, 대부분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당신의 아이에게는, 당신의 학생에게는 그렇게 하려고 하나요?

Rocky Run, Rocky in Real Life

Rocky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Philadelphia에서 Rocky가 뛰었던 루트를 따라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 컨셉으로 찍은 영상을 Youtube에서 찾았다(아래):

그리고 록키 런(Rocky Run)이라는 행사가 올해 11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릴 예정이라는 신나는 소식. http://www.rockybalboar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