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구겨져버렸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들을 응원해주고, 모히칸 머리도 허용해주며, 유럽여행을 떠나려고 하자 잘 다녀오라며 여행일지로 쓸 책까지 선물해주던 다정한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죽은 후, 그의 인생은 그대로 구겨져버렸다.

월터 미티(벤 스틸러 분)가 어떻게 LIFE 誌의 네거티브 필름 담당자가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제멋대로인 동생이 엉터리 뮤지컬의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기가 막힌 음식솜씨의 어머니가 곱게 늙어가실 동안, 40대 중반의 월터가 어째서 LIFE 誌 지하실에서 아주 성실하게 사진을 인화하는 일을 맡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17년간 아주 성실히 일했을 것이다. 꼬박꼬박 적어내려가는 가계부를 보면 알 수 있다. 평생 미국 밖을 벗어나 본 적도, 특별한 경험을 한 적도 없다. 그랬던 그가 어째서 갑자기 단지 몇 개의 단서만을 부여잡고 미지의 땅 그린란드로 향했는지는 역시 알 수가 없다. 그 남자의 갑작스런 변화를 무언가가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작은 계기들이 있었다 할 것이다. 지하 암실에 붙어 있는 사진가 숀 오코넬(숀 펜 분)이 손짓을 하였다. 미스터리 퍼즐을 짜맞추느라 신이 나 있는 셰릴 멜호프(크리스튼 위그 분)도 옆에서 거든다. LIFE 誌를 인터넷 잡지로 만들겠다며 구조조정을 하러 온 덤블도어 털복숭이가 자꾸만 보챈 탓도 있었다. 무엇보다 월터가 지닌 예의 그 성실함이 역설적으로 그를 모험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그렇게 내딛은 첫 발은 상상 속에서만 살던 월터의 삶을 말그대로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린란드에서 아이슬란드까지, 결국에는 돈이 부족해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선물했던 그랜드 피아노를 팔게 되었다. 어머니는 괜찮다며 월터를 안아준다. 월터는 그제서야 아버지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워졌다.

한 평범한 남자가 어떻게 용감해지는가, 그것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빌딩 숲의 삶보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삶이 훨씬 더 아름다움은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