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은 좋았지만 여전히 후회가 남는 시험

아직도 정리가 잘 안 되고 있지만, 그 상태 그대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어제 시험 하나가 끝났다.

학점수로는 3학점이긴 한데, 일단 시험시간이 4시간. 문제지는 총 164쪽. 그리고 이걸 설마 다 쓰라고 준 건 아니겠지 싶을 정도의 두툼한 답안지를 받았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수업도 없었겠다. 정말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 먹고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만 빼고는 꼬박 공부했다. 꽤 많은 양을 보았고 이해했고 정리했다. 약간의 자신감도 생겼다. 조금 늦었다 싶은 감은 있었지만 어떤 문제가 나오더라도 어지간해서는 풀어낼 자신이 조금은 있었다. 그래서 그 자신감에 기인한 기대감으로 시험을 기다렸다.

시험 당일 오전에는 조금 헤매긴 했다. 약 5시간을 남겨두고, 자 이제 무엇을 해볼까….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있었다’라는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가혹하고 힘이 빠지는지 모른다. 그래도 그거라고 알게 된 게 어디야, 싶지만, 시험이 끝나고 다시 책을 잡는 사람이 몇이나 되더라….

도무지 “끝난 것에 의의를 두는 것”도 안 되는 상태이다.

지금 쓰면서 정리가 좀 되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한 번 보고 어떻게 아는가.”이다. 그렇게 위안을 삼아보련다. 이게 ‘시작’이라고.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번이 ‘시작’인 것은 아니다. 기실 지난 3개 학기 동안 형사법 수업을 통해서 배워 온 부분이다. 물론 수업의 핀트야 조금은 달랐을 수도 있지만, 내가 ‘제대로’ 공부했다면 정확히 이해하고 익히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사람은 잊으며 사는 존재라는 그 존재의 본질을 상기하더라도!

그러니까, 어쩌면 지금의 좌절감은 지난 시간들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것에 대한 속칭 ‘정대만류’의 후회와 비슷한 것이다. 한다고는 했는데, 혹은 제대로 하지도 않았구나. 동위선상에서 엇비슷하게 경쟁(?)하고 있는 줄 알았던 사람들은 얼추 나보다 잘 알고 있는 것만 같을 때, 아 나는 이 모양인데 저 치는 저만치나 나아가고 있구나, 하는.

정대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정대만은 중학MVP 출신이고, 잠시 운동을 쉬고 놀기는 놀았지만 결코 담배는 피지 않았노라고 회상한 것으로보아 아예 몸을 망가뜨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역 내 약팀이라고는 해도 엄연히 레귤러가 있는 북산팀에 들어가서 당당히 자리를 꿰찬다. 그럼에도 회한이 남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적다보니, 정리가 된다. 지금은 회한에 젖을 때가 아니다. 그냥 다시 묵묵하게 나아갈 때이다.

책을 펴자.

글쓴이

Sehee Park

Advocate for Innovators. Law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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