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고 나서 느끼고 알게 된 것들

사소하지만 고의적인 부주의로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부상 부위는 오른쪽 엄지발가락. 이동이 잦으니 회복도 더디다. 아무튼 간에 다치고 나서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이 있었으니…

  1. 일단, 아프면 다치면 서럽다. 발을 다쳤는데 어째서인지 마음까지 아프다… 몸이 불편하니까 마음이 위축된다. 의욕도 없어지고 귀찮아진다.
  2. 세상(어쩌면 2013년, 대한민국)의 속도는 정말 빠르다. 특히,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는 그렇게 긴 편이 아니다. 그리고 갑자기 차가 돌진해도 피할 수 없으니, 위험천만하다. 버스도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 잡을 수 없는 것에 마음이 조급해지지 말자, 라고 몇 번을 다짐했는지 모른다.
  3. 나의 몸/마음이 아주 건강하다고 생각했으나, 생각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특히 마음이… 그러니까 이 정도 다친 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 버텨낼 줄, 견뎌낼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나의 이런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4. 다쳤답시고 도와주고 배려해주고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주위 사람들이 (설령 도움이 안될지언정)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고맙다.
  5. 부모님은 나를 정말 사랑하신다. 스물아홉 먹은 아들의 징징거림을 받아주시다니… 기대고 싶을 때, 기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했다.
  6. 내가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걷는 게 느리니까 수업이나 약속에 늦기가 부지기수. 예전에는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닌 덕분에 게으름이 주는 악영향이 상쇄되었던 것이었다.
  7. 절뚝이며 걷고 있으면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이 내 발을 많이 쳐다본다. 눈이 그리로 향한다는 것이 내 눈에도 보인다. 그게 은근히 사람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
  8. 아픈 사람을 보면 괜한 동지애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아파봐야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이 있는 것일까. 꼭 일부러 아플 필요는 없겠지만. 그리고 병원을 가보니 사람들이 정말 많이들 아프구나, 알게 됐다. 세상에 아픈 사람들 많구나…
  9. 겸손해졌다. 그 말인즉 내가 그만큼 오만하게 굴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걸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10. 신앙에 대하여 아주 약간 더 진지해졌다. 물론 그저 주일미사를 좀 더 꼼꼼히 챙기는 정도이지만. (2013.12.8. 추가)

글쓴이

Sehee Park

Advocate for Innovators. Law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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