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신들의 봉우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혼자만의 산은 깊다.”였다. 무엇이 깊다는 것일까. 산행의 맛? 정취? 나로서는 그 ‘외로움’이 깊다는 말로 들린다.

혼자만의 달리기는 또 어떤가. 그만큼 외로운 것이 또 없다. 최소한 도착지라도, 아니면 몇 바퀴라는 식의 목표라도 있어야 한다. 얼마나 뛰었는지 시간을 잴 시계라도 있어야 한다. 음악이라도 있어야 한다. 같이 뛰는 동료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재빠르게 지나쳐 갈 사람이라도 있어야 한다. 광복관에서 기숙사까지, 달리다보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그래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건 저만치 앞에서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 덕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자신이 어디부터 어디까지 얼마를 달렸고 어땠고 저땠고 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나는 그 책을 읽으며 하루키는 뛸 때도 글을 쓰는구나 싶었고, 그렇다면 그도 혼자 달린 것이 아니라 가상의 독자와 함께 달렸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글쓴이

Sehee Park

Advocate for Innovators. Law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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