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조카가 뒤집고, 기대어 앉고, 홀로 앉더니, 드디어 배밀이를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 앞으로 기어가지는 못하고 뒤로만 갈 줄 안다고.
초등학교 때인가. 강낭콩을 길러보라는 숙제를 받았는데, 솜 덮고 물 주고 하루 이틀 밤을 지나면 뭐 유심히 관찰할 새도 없이 어느새 훌쩍 자라버려서 김이 샜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한 생명이 나고 자라는 단계 단계마다 이렇게 ‘경이(驚異)’가 숨어있었구나.
부모님께서 하도 조카를 이뻐하시길래 “누나랑 나 키우시면서 예전에 다 겪으셨는데 그래도 또 신기하고 그러세요?” 여쭈었더니, “실은 너랑 네 누나 키울 때는 먹고 사는 일이 급해서 유심히 들여다보고 할 겨를이 없었어. 엎어놓고 키우다가 울면 달래주고 또 일 하다가 울면 다시 달려가고 그랬지.” 하셨다.
괜한 질문을 했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