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ty Projectors

지난 주 일요일, 홍대 브이홀(V Hall)에서 더티 프로젝터스(Dirty Projectors)의 첫 내한 공연이 있었다.

한 유명 라디오DJ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르는 가수의 모르는 노래”만 잔뜩 듣고 왔다. 밴드 음악을 하는 친구였고, 외국에서는 상당히 유명하다고 하기에 최근에 결성된 신인인 줄로만 알았지만 무려 그 역사가 2002년부터 시작하는 관록 있는 그룹이었다.

“브루클린의 보석”이라고 하는 더티 프로젝터스의 음악 자체에 대해서는 “센세이셔널한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난해했다.”, 이 한마디 밖에 더 할 말이 없어서 아예 이런 후기조차 남기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우연히 만나게 된 공연기획업 종사자의 입을 통해 들은 바, 자신이 기획한 공연이 끝나고 나면 공연기획자는 언제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그 공연의 후기를 찾아보게 되며, 그 평가에는 음악적인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요소들이 중요한 비중으로 고려된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홍대 브이홀이라는 공간은 처음 가봤는데 더티 프로젝터스의 낮은 국내 인지도를 고려했을 때, 이 정도 공간은 아주 적당했다고 생각한다. 공연장 뒷편에 4~5단 정도로 층계형 철제 좌석이 있었다. 나는 2단에 앉아서 봤다. 처음에는 스탠딩으로 갈까 살짝 고민했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하고 나니 앉아서 보기를 정말 잘했다 싶었다.

나는 초대권을 받아 입장했지만, 현장 구매가는 66,000원이었다. 내가 이 돈을 다 내고 입장했다면 정말 돈이 아까웠을 것 같다. 노래도 적었고, 멘트도 적었고,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이 내리 10곡 정도를 하고 앙코르로 3곡 정도를 했다. 영어로라도 멘트를 좀 쳐줬으면 노래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밴드를 이해하는 계기도 됐을텐데 그 점이 많이 아쉽다.

이날 딱 한 번의 공연을 위해 태평양을 건너왔을리는 없는데, 그들의 내한 목적도 사뭇 궁금했다.

『가짜 논리』 (줄리언 바지니, 한겨레출판, 2011)

영국의 철학자라고 하는 줄리언 바지니(Julian Baggini)가 ‘세상의 헛소리를 간파하는 77가지 방법’을 써놓은 책이다.

원제는 The duck that won the lottery로, 행운의 오리를 만졌더니 복권에 당첨됐다, 라고 하는 ‘인과의 오류(Post hoc fallacies)’에 대한 속담이다.

읽기 전에는 세상에, 헛소리를 하는 데 무려 77가지 방법이나 있다니, 싶었다. 알고 봤더니 저자의 기준이 상당히 엄격하다. 웬만하면 그냥 넘길 수 있는 명제도 모두 다 오류(물론, 오류가 맞다)로 판정해서 익살스런 이름을 붙여놨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논리적 언어를 구사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특별히 논증, 토론의 과정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면 이 책에서 지적하는 오류를 범하는 건 다반사라는 생각이 된다.

이 책의 제목이 역시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바로 ‘진짜 스코틀랜드 사람의 오류(The no-true-Scotcsman move)’라고 하는 것으로, 한 스코틀랜드 사람이 “진짜 스코틀랜드 사람이라면 이럴 리가 없다”라고 말한 일화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진짜 논리’란 엄밀한 의미에서 형식적 타당성과 내용적 건전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연역 추리 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전제로 삼은 명제가 언제나 참인 것은 아니다.

더해서, 귀납 추리는 언제나 오류일 뿐인가하면 그렇지도 않다. 결국 어느 정도 적절한 수준에서 그 추리가 타당한가 아닌가를 판단해야만 한다. 이 경계는 상당히 모호하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말해주는 건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나 연역 추리든 귀납 추리든 신중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77번째 오류로 ‘자기만족적 우월감(Complacent superiority)’을 설명한 데는 저자의 깊은 뜻이 숨어있다.

『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민음사, 2009)

이 소설은 대한민국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흡수통일이 있고 5년 후인 2016년을 배경으로, 조선 인민군 출신의 폭력 조직인 ‘대동강’의 중추인 리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리강의 뒤를 쫓으며 펼쳐지는 2016년의 한반도는 말그대로 디스토피아이다. 준비없는 통일이 낳은 결과일까? 도무지 자본주의라는 놈을 배워먹지 못한 북조선 동무들은 볕이 드는 곳에서는 일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남한의 자본가들은 태만하면서도 걸핏하면 노동쟁의를 일삼는 북조선의 동무들을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보다 기피한다. 해서, 북에서 온 남자들은 주먹을 쓰고 여자들은 몸을 판다. 그것도 아니면 강도가 되거나 거지가 된다.

대동강의 단장 오남철에 의하면 자본주의는 “봐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란다. 주인공 리강은 그게 잘 안 되는 인물이다. 조선 인민군 장교 출신인 그는 통일 조국에 적응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자아를 환각제의 일종인 ‘레드 아이’에 기대어 간신히 살아간다.

리강 뿐만이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 어딘가 뒤틀려 있다. ‘살아있는 신’을 잃은 상실감은 그렇게 쉬이 채워질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의 설정에는 어딘가 고약한 구석이 있다. 통일 한반도는 정말로 디스토피아이기만 할 것인가? 기훈단 시절에 동기 몇이 아주 재기발랄한 발표를 했다. 통일 이후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는데 그들 역시 북조선 녀성들을 룸살롱 ‘아가씨’로 표현했고, 북조선 사내들은 그녀들의 뒤를 봐주는 포주로 그렸다.

통일 후 남한이 드리우고 있던 그늘은 더 넓고 깊어질 것이라는 건, 대다수가 공유하고 있지만 외면하고픈 진실인 것 같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수준에서 남북의 통일은 어쨌든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지정학이 동원되고, 국제안보며 민족 담론도 따라 붙는다. 남북통일은 한반도에서 냉전 체제를 종식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를 정착하며 분단으로 억눌렸던 한민족은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재등장할 것이었다. 남북통일에는 당위도 있고 실리도 있을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것은 비전일 수 있었고, 민족의 염원일 수 있었다. 진통이야 당연히 있다. 세세한 문제들 따위야 언제든지 있어왔다. 그런 것들도 감내하지 않고 어떻게 새 역사를 쓰겠느냔 말이다.

그렇지만 진정 통일 한반도를 고민한다면 이 예정된 불안에 대해서도 이제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통일 한반도의 체제, 문화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국가 공동체가 아닌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이 소설을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이라면 결론이다.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한기호, 다산초당, 2009)

제목에서 말하는 컨셉력은 다른 말로 기획력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하듯, MT를 기획하듯, 자신의 삶을 기획하며 살라는 얘기다.

이건 사실상 조한혜정 교수가 늘상 하던 얘기랑 다르지 않다. 스스로가 자기 삶의 기획자로 사는 것, 말이다.

무언가 다른 길을 걷고 싶은, 무언가 다른 삶을 살고 싶은, 그런 20대에게 실천적 지침을 주는 책이다.

그 지침은 다음과 같다:
1.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어라.
2. 블로그를 해라.
3. 글을 잘 써라.
4. 책으로 펴내라.
5. 떠라.
(6. 못 뜨면?)

저자는 출판 마케팅을 업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컨셉, 이 컨셉을 잡는 사람이란 말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책으로 한다면, 나를 어떻게 팔 것인가, 내가 어떻게 팔릴 것인가, 를 고민해봐야 한다. 어떤 컨셉이 먹혀들까,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의 대강이 이 책에 담겨있다.

만약에 이 책을 읽고도 여전히 막막하다…, 그러면 정말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냥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최선이다.

정치운동으로 진 짜기

(…) 한국에서 정치인이 되는 경우는 두 가지다. 방송인, 학자 혹은 고급 공무원으로 유명해졌다가 단번에 국회의원이 되거나, 많은 돈을 지키려면 정치적 권력이 필요해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다. 이런 구도에서 20대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없고, 그들 자신도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20대 현실에선 두 가지 조건 다 갖추기 어렵다. (…)

내가 생각하는 정상적이면서도 동시에 혁명적인 정치인이 되는 길은, 20대들이 기초의원 선거부터 출마해서 그야말로 지역에 뿌리를 둔 실제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

내가 가장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20대의 정치운동은 기초의원을 2번 정도 지내면서 지역의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50~60대 기초단체장들과 싸워서, 예를 들면 구청장이나 군수 등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만약에 한국에서 집단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혁명보다도 더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는 것도 한 가지 길이겠지만, 기초의원에서 기초단체장 그리고 광역단체장으로 걸어가는 것이 지금 20대들에게는 더 가능성 있는 열린 길이다. (…)

다시 정리하면, 20대들의 정치운동은 지역에서, 작은 공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당 속에 들어가서 말이다. 20대들이 실제로 지역에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면서 그 지역 20대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안정적인 방향 같다. (…)

― 우석훈,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pp.126~128

정치의 열 가지 원칙

(…) 여기 적는 열 가지는 원칙은 원칙대로 고수하면서, 변화된 시대를 염두에 두고 나름대로의 새로운 접근방식을 찾아 자신의 앞길에 적용하길 바랍니다. (…) [이 노하우는] 주체적으로 소화해서 취사선택한 사람만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출세하는 정치쟁이가 될 것인지, 아니면 진리와 정의를 위해서 일생을 바치고 국민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가가 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 전자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사람에게는 해줄 말이 없습니다. 꼭 듣고 싶다면, 정치를 하지 말라는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만일 진정한 정치가가 되기를 바란다면 무엇이 될 것인가에 연연하지 말고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바르게 사느냐 하는 것을 정치 목표로 삼고 나가야 합니다.

둘째, 원칙은 흔들림 없이 지키되 방법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확고하게 지켜야 하는 원칙이란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는 어떠한 경우에도 흥정이나 양보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원칙이 정해진 다음에는 모든 것을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 가며, 양보도 하고, 타협도 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합니다.

(…) 나는 6대 국회 때부터 정치인의 자세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바른 정치인이라면 서생적 문제의식(書生的 問題義識)과 상인적 현실감각(商人的 現實感覺) 두 가지를 겸비해야 한다고 말해 왔습니다. 원칙에 대해서는 서생과 같이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되, 그 방법에 있어서는 상인과 같이 현실에 입각한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셋째, 무엇보다 국민을 하늘로 알고 두려워해야 합니다. (…) 어떤 경우에도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됩니다. 어떤 경우에도 국민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겠다는 마음의 자세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정치 생명을 국민에게 걸어야 합니다. 국민이 아닌 다른 어떤 것도 국민을 대신할 순 없습니다.

넷째, 정치는 종합예술입니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정치가 있습니다. 사람이 관련된 문제에 정치가 개입되지 않거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정치가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고 아름다워지고 국민이 행복해집니다. 정치가 잘되면 억압받던 민중들이 자유를 향유하게 됩니다. 정치가 잘되면 국민경제가 튼튼해져서 삶이 풍부해집니다. 정치가 잘되면 가난하고 고통받은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아 행복한 일생을 보내게 됩니다. 정치가 잘돼야 문화예술의 꽃이 피어서 국민들이 삶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정치가 잘돼야 나라와 민족의 영광이 세계에 떨치게 됩니다. 이 이상의 예술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다섯째, 정치를 지망하는 사람은 되도록 지방 정치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섯째, 일찍부터 유명해지려고 너무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 나는 초선의원이나 재선의원들에게는 언제나 말합니다. “서둘지 말라. 유명해지려고 초조해하지 말라. 우선 실력을 쌓아라. 그리하여 자기가 속한 상임위에서 제1인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열심히 배우고 생각하라. 더 큰 성공은 그 다음의 일이다.”

일곱째, 정치인은 국정 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되 자신의 특정 분야, 예컨대 외교라든지 통일이라든지 건설이라든지, 국방 혹은 문화 분야 등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실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여덟째, 정치를 하는 사람은 반드시 조직에 속해 정당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아무리 탁월한 능력이 있다 할지라도 그의 정치는 별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민주 정치는 정당 정치입니다. 그러므로 자기 개인보다 자기가 속한 정당이 국민들로부터 더 좋은 평가를 받도록 먼저 노력해야 합니다.

아홉째, 정당을 옮기는 것은 물론이고, 여기저기 계보를 옮겨 다니는 정치인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한 번 결정을 내릴 때까지는 신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결정이 내려진 다음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경솔하게 바꾸거나 변덕스럽게 이곳저곳을 기웃거려서는 안 됩니다. 그런 사람은 가볍고 추해 보입니다.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소소한 이해 관계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는 사람은 결코 조직이나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습니다.

열 번째, 정치자금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물론 최선은 돈이 필요없는 정치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인 스스로 늘 돈으로부터 청렴하려고 노력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정치는 또 현실이기도 합니다. 정치 자금은 만들지 못하면 정치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정치 자금을 확보하는 것 또한 하나의 능력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돈을 만져서는 안 됩니다. 어디에 내 놓아도 부끄러움이 없고 떳떳한 자금을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공개적으로 후원회를 결성하여 모금하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치에는 손쉬운 왕도가 없습니다.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고 방법을 현실에 맞춰 유연하게 취해야 합니다. 언제나 국민과 역사를 의식하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눈을 바로 보면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왕도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 왕도입니다.

― 김대중,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pp.276~284

DevelHope Bus Tour, “세계를 향해 새벽을 연다” 참가기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률신문이 주관한 DevelHope Bus Tour, “세계를 향해 새벽을 연다”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법률신문에 동행취재기가 올라왔다.

새벽 3시에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출발하여 정동진 해돋이 공원에서 해돋이를 보고,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국제업무 전문 변호사 선배들과 멘토링을 하는 일정이었다.

내가 앞으로 국제업무를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사람의 일이란 누구도 단정할 수 없는 것이며,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선배 법조인의 고견은 언제든 경청할 가치가 있다는 점, 새해맞이 해돋이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행사 공고를 알게 되자마자 참가신청을 했다.

이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세아), 김갑유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박은영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김세연 변호사(법무법인 율촌)께서 멘토 변호사로 참가하셨다. 멘티 대상은 청년 변호사, 사법연수원생,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이었다.

해돋이를 보고 나서 정동진에 있는 썬 크루즈 리조트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이때 김갑유 변호사께서 하신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에 대해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하셨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말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선배 변호사의 입을 통해 들으니 감회가 남달랐다.

나는 법학전문대학원 공부와 생활을 즐기고 있다. 내가 철저히 이 생활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은 점만 뺀다면, 나는 대체로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나는 학교나 교수에 대한 약간의 불만도 없이 진심으로 행복한 1년을 보냈다. 앞으로는 법학 공부에 더 깊이 빠질 일만 남았다.

버스에서 멘토링을 해주신 이진우 변호사, 박은영 변호사의 말씀에서도 배운 점이 많다. ‘외국어’에 대한 강조는 새해부터 아주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당장 다음 주부터 외국어학당 수업을 듣기로 마음 먹었다.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다시는 시작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박함이 생겼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들이 국내에 머물지 않고 세계로 진출하여 계속해서 지평을 넓히고 한계에 도전해야 한다고 지적하셨다. 지금껏 국내에만 안주했던 기존 법조계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으셨다. 한국은 계속해서 국제화 속도가 가속되고 있는데, 유독 법조계만은 그러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덧붙이셨다.

박은영 변호사께서는 본인의 저작인 『나는 세계로 출근한다』를 참가자 모두에게 선물로 주시기도 하셨다. 실제 이 행사도 국제업무 전문 변호사들께서 적극적으로 주선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바쁜 시간을 후진 양성을 위해 내어주시고, 귀한 경험을 흔쾌히 나누어주시는 선배 변호사들의 모습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멘토 변호사들의 말씀에 귀기울이느라 정작 이 행사를 함께 한 타교 법학전문대학원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 그러나 몇몇과는 명함을 주고 받았고, 인연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니, 아쉬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올해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새터민 강룡씨를 만났던 것은 잊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따로 기록해둔다(강룡씨 관련기사).

오후 1시 30분 경에 다시 서초역으로 돌아왔는데, 아직 토요일이었다. 하루를 번 듯 했다.

아무르 (Amour, 2012)

필름포럼 상영작이라 보게 됐다. 영화를 보기 전에 내용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나는 아마 ― 언젠가는 보았겠지만, ― 굳이 이날 보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 영화가 80대 노부부의 아름답고 이쁜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故 김광석 노래(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에나 등장할 이쁜 노부부를 생각했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노부부로 분한 장 루이 트랭티냥(조르주)과 에마뉘엘 리바(안느), 그 두 사람을 떠올린다면 충분히 가능한 상상이다.

<아무르>, Amour, 라기에 ‘사랑’인 줄로만 알았다. 사랑은 이쁘고 곱고 가슴 뛰며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치는 것, 그러한 것만이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나자 그것은 이제 20대에 불과한 내가 아는 사랑일 뿐임을 알았다.

잠시나마 엿 본 80대 노부부의 사랑은 단조롭고 조용하고 지루하다. 단지 그럴 뿐이라면 다행이겠다. 결국엔 상대방이 아프고, 무너지고, 망가지는 모습까지 참고, 견디고, 관조해야 될 때가 온다.

이 모든 것을 담아내서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 사랑, 참으로 무겁다. 관객들은 이러한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가, 얄궂은 감독은 아주 진지하게 묻고 있는 듯 하다.

병마에 의해 아내 ‘안느’는 점점 스러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창문을 통해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온다. 남편 ‘조르주’는 이 비둘기를 쫓아낸다. 며칠 후 다시 비둘기가 들어온다. 이번에는 담요를 이용해 비둘기를 잡아본다. 조르주는 비둘기를 품에 앉고 간신히 의자에 올라 앉는다.

영화의 충격적인 반전 이후, 나는 계속해서 남편인 조르주를 위한 변명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마도 조르주의 망상인 듯한 아내의 환영을 따라 문을 열고 나서는 장면에서까지도 나는 조르주를 어떻게 변호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는 빈집을 둘러보던 딸(이자벨 위페르 분)이 된 듯, 멍한 마음으로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친절한 설명이나 치밀어오르는 감동은 바랄 바도 아니고 슬픔이나 애잔함 따위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텅 빈 공허함과 씁쓸함만 남았던 영화, 그러나 그 울림은 생각보다 오래 가서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됐다.

영화평 따위를 찾아 읽은 다음에야, 이 영화에서 사용된 영화적 장치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음악회 장면 외에는 장소적 이동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롱-테이크의 촬영기법을 사용하고, 효과음 외에는 배경음악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등의 연출을 통해 노부부의 단조로운 일상을 드러냈다고 한다.

2011년, 가장 마지막에 본 영화였고, 이 해 본 영화 중 최고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