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포장력

집에서 보내주는 택배는 남다르다. 일단 포장부터가 겹겹이다. 무슨 집에 있는 테이프는 다 갖다 쓰시는지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이고 빈틈없는 아버지의 성격이 그대로 봉해져서 내게로 온다. 그래서 보통 택배보다 여는데 시간도 더 걸리고 힘도 들지만 바보같은 나는 여기서 또 아버지의 사랑과 고집을 느끼고, 어서 빨리 부모님을 뵙고 싶어진다.

아버지가 헤쳐와야했던 세월의 무게를 안다. 수차 편지로 고백했지만 그런 말로는 다 아우를 수 없는 그런 세월들, 그 세월을 아버지는 단기필마로 돌파하셨다. 그리고 여전히 꿈을 꾸신다. 아들인 나로선 아버지께서 허황되나마 계속해서 그 꿈을 잃지 않으시길 바란다. 아이처럼 신나서 꿈 얘기를 하시는 아버지를 뵙노라면 나는 차암 기쁘고 감격스럽다. 이쯤 되면 어머니가 서운하실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아버지만 떠올리기로 한다. 어머니는 내가 늘 전화로 사랑을 전하니까….

언제나 통화료 많이 나오니 용건만 간단히!, 하라는 아버지 앞에서 나는 서둘러 전화를 끊고 긴 묵상을 한다. 아버지의 검소함과 냉정함에 대하여… 그런 아버지도 때론 아주 옹졸해지시는데 나는 어쩜 그 애비에 그 자식으로 그런 것까지 닮아 때로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오늘은 정말 아버지가 보고싶다. 아버지 꿈 얘기를 들으며 맞장구를 치고 싶다. 아버지와 온탕에 들어앉아 으아 으아 거리며 부자지정을 느끼고 싶다. 딱 한 잔 반주에 아쉬워 어머니 눈치를 보며 입맛을 쩌업 다시는 아버지 옆에서 오늘은 아들도 오고 했으니 딱 한 잔만 더 하시라고 못 이기는 척 잔을 채워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