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무실로 첫 출근한 날

손으로 적는 일기장을 대구집에 놓고 오는 바람에 부득불 이 다이어리에 기록한다.

새 사무실로 첫 출근한 날이었다. 7시 30분은 되서야 방을 나섰다. 작년에는 6시 45분 정도에 방을 나섰고, 올해는 7시 이전에 방을 나섰던 걸 생각하면, 상당히 여유로워진 셈이다. 아침 시간을 좀 더 활용하는 편이 좋겠다.

아침에는 새 사무실, 새 자리에 앉아 먼지도 털고 책상도 닦고 철지난 문서나 자료들도 치우고 내 물건을 배치했다. 직능에 걸맞는 업무도 파악해야 했고, 내가 관리해야 할 자료들도 하나씩 하나씩 인수했다. 익숙하진 않지만, 버겁지도 않다. 배울 일이 있다면 주저하고 싶진 않다.

이제 전역까지 6개월 정도 남았는데, 무슨 일을 하겠어, 라는 시선이 있다는 건 안다. 그런 시선이 일반적이라는 것도 안다. 분명 내 안에서도 그냥 대충 때우다 전역하자는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어디서나 제 몫을 해내는 사람이고 싶다. 이 과정에서 내 적성, 내 재능, 내 강점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이미 어느 정도 고정된 관계에 끼어든다는 건 불편하고 복잡한 과정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들은 나에게 어느 편이 될지 결정하라는 주문을 하는 듯도 하다. 나는 언제나 어느 편도 아니면서 모두의 편이고자 하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입장을 취하지만, 그게 어정쩡함이 되거나 절묘한 균형이 되거나, 내 할 바에 달렸다.

오늘 또 한 번 알게 된 것인데, 나는 상대방이 자신의 발화에 강하게 공감하길 원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 도무지 어쩔 줄을 모르겠다. 특히나 그가 “남 얘기”를 하고 있다면, 더군다나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나는 내가 건성으로 듣고 있다는 티를 내고야 만다. 아니면, 아주 삐딱한 반응을 보여준다.

내가 듣는 이의 자세가 부족하다는 건 인정한다. 나는 곧 죽어도 내 할 말은 하려고 하는 유형의 사람이라서 더욱 그런 면이 있다는 것도 안다. 이 부분은 확실히 개선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듣는 이가 되는가. 이건 나중에 더 생각해보자.

나의 부족함과는 별개로 “남 얘기”를 하는 건, 쉽게 용인하기가 어렵다. 특히나 자신의 편협한 관찰 혹은 판단에 동의, 공감하기를 바라는 뉘앙스를 풍길 때면, 참으로 불편하다. 인간은 누구나 뒷담화를 한다. 그러니 아주 자연스레 한 귀로 흘려넘기면 될 일인데, 너무도 어색한 반응이 나온다.

어쩌면, 그 ‘남’이 언젠가 ‘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감 때문일까? 그럴 가능성이야 인간 사회에서 상존하는 것이니, 대범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그래야 정신건강에도 유익할 것이다. 나는 상사들이 자신을 술안주로 올리는 부하직원들의 맹랑함을 너그러이 눈 감아주어야 한다는 쪽이기도 하다.

현장에 있는 ‘나’와 ‘너’가 서로 맞대고 앉아 할 얘기가 고작 “남 얘기”, 그것도 “남 좋지 않은 얘기” 밖에 없는지, 이 실태가 서글프기도 하다. 그것 말고라도, 좀 더 진솔하고 진취적이고 생산적인 담화를 나눌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내가 그런 담화를 나누고픈 상대방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부터는 마음과 귀를 함께 열고 진심으로 들으려 노력해보자. 바로 반응하지 말고, 곱씹어 생각하고, 또 생각한 뒤에 정중하게 나의 의견을 알리자. 네/아니오, 긍정/부정으로 답하기가 부담스럽다면, 아리송하고 갸우뚱한 그대로를 솔직하게 역시 정중하게 내뱉자. 그리고 나서, 다시 이 문제를 고민해보자.

글쓴이

Sehee Park

Advocate for Innovators. Law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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