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이끄는 대로 갈 것이다

등신 같이 토익 접수 기한을 놓치고 업무에서 자잘한 실수는 여전해도, 나는 요즘 참 행복하다.

다른 이유가 없다. 오래 기대했던 대한적십자사 수상인명구조요원 교육을 실제로 받고 있고, M.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차분하게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는 게 좋다. 지금의 내가 그럴 여유가 있다는 것도 좋다. 성난 얼굴이 아니라 따스하게 돌아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당시의 내가 미숙하고 부족했음은 인정하지만, 과거를 그리고 과거의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예전보다는 지금의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됐기 때문이다.

특별히 성과를 내거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일상이지만, 그래도 좋다. 가끔씩 전역 이후의 삶에 대한 구상이 흔들릴 때마다 불안감이 엄습하지만, 그래도 좋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갈 것이다. 그 외의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녹색평론』 2011년 5-6월(118호)

후쿠시마 이후의 세계에 대하여

3월 11일의 동일본 대지진과 이어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처음 발행된 녹색평론이다. 당연하게도 핵발전을 정조준하여 심도 있게 비판하고 있다. 결론은 인간의 능력으로 통제 불가능한 핵발전 방식을 서둘러 폐기하고, 지속가능하고 재생가능한 대안 에너지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발전에는 ‘청정신화’, ‘가격신화’, ‘안전신화’ 그리고 ‘대체불가능 신화’가 겹겹이 덮여있다. 하나씩 벗겨보자. 먼저, 청정신화는 핵발전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후온난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논리다. 핵발전 자체에는 화석연료가 사용되지 않지만, 핵발전을 유지하기 위한 제반 과정에는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무엇보다 핵발전은 폐기물을 내놓지 않는가.

다음으로, 핵발전은 저렴한가. 핵발전소의 건설, 보수, 관리비용 그리고 무엇보다 폐기물처리 비용을 고려하면 결코 저렴하지 않다. 게다가 오염, 사고, 보험경비까지 포함한다면 여타의 발전 방식보다 훨씬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도 현재 핵발전이 가능한 건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여기에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핵발전은 안전한가. 핵이 안전하지 않은데, 핵발전이 안전하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사고는 체르노빌과 스리마일 그리고 후쿠시마 정도이지만, 이 밖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은폐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 그리고 사고의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궁하다. 한 번 사고가 나면, 유의미한 시간 내에 복구되지 않는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마지막으로, 핵발전은 대체불가능한 유일한 대안인가. 핵발전의 원료인 우라늄도 결국 2030년이 되면 모두 고갈된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화석연료의 가채연수 추정치는 과거보다 현재가 더 크다. 결국, “화석연료의 고갈로 미래엔 핵발전이라고 하는 홍보 자체가 완전히 잘못”이었단 얘기다. 더해서, 핵발전 없이 에너지 전환을 이뤄낸 다른 나라의 사례도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독일은 25만 명이 운집하여 핵발전 반대투쟁을 벌였고 결국 독일 정부는 핵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을 폐기했으며 현재 운용하고 있는 핵발전소도 순차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핵발전 방식은 중국과 인도 등 후발국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아주 드물게 추진되고 있다. 그마저도 이번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폐기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핵발전 신화가 여전히 강력한 나라다. 이 책에는 “핵발전 국가는 반드시 파시스트 국가가 된다. 핵발전과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라는 문구가 인용된다. 핵발전 추진은 반드시 특정 지역의 희생을 볼모로 한다. 그 희생은 절실하고 고귀하게 포장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가가 그 희생을 대하는 방식은 비인간적이고 무책임할 뿐이다.

일본의 반핵운동가이자 시민과학자였던 다카기 진자부로는 “방사능은 꺼지지 않는 불, 끌 수 없는 불”이며, “우리가 반대하지 않으면 어딘가 꺼지지 않는 불, 끌 수 없는 불이 남아서 장래의 인간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라고 말했다. “산다는 것은 다음 세대에 희망을 이어주는 일”이다. 핵발전은 ‘희망’의 결과가 아니라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의 결과가 아닌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소금꽃나무』 (김진숙, 2007)

기차에 몸을 싣고 『소금꽃나무』를 마저 읽었다. 김진숙의 글은 짠내가 난다. 물로 행궈도 쉽게 빠지지 않을만치 진한 경험의 소금기가 배어있다.

땀이 지나간 자리에 말라붙은 소금이 꼭 꽃이 핀 모양 같다니, 노동자는 자신의 등에 저마다의 소금꽃을 피우는 소금꽃나무인 셈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소금꽃나무가 됐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한 세상이니, 생각하지 않고 사는게 도리어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게 참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