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실험, 실패도 성공도 없는 오로지 삶

근래 나의 최대 관심사는 2011년 한 해의 거취 문제이다. “쿨한듯 쉬크하게” 초연한 척 하고픈데 그게 잘 안 된다. 어디까지나 수양이 부족한 탓이다.

활자가 눈에 잘 안 박혀 필사를 하고 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손을 단련하는 데 필사만큼 효과적인 건 아직 찾지 못했다. 운동도 다시 신경써서 하려고 한다.

나는 누구보다도 밥벌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가급적 사교육 시장의 일원이 되는 건 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교육은 정말 필요한 학생만 이용하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을 지지한다.

다만, 그렇게 벌어먹고 사는 사람을 나쁘게 말하고 싶진 않다. 나도 한 때는 그들 중 하나였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없으니까. 궁하면 뭐라도 해야하는 법이다. 그런 이들을 욕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든 유학을 가든 아카데미를 다니든 계속해서 뭔가 ― 아마도, 정치학 ― 를(을) 배울 생각은 있다. 그러나 전업 학자가 되어 식솔을 꾸릴 생각은 않는다. 그러려면 반드시 교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고자 노력하는 건 이제 그만 좀 하고 싶다.

누군가는 “차라리 기술을 배우라”고 했다. 그것 뿐이 아니다. 내 삶에 대한 기대를 확연히 낮추어야 한다. 먹을 것 덜 먹고 입을 것 덜 입어야 한다. 처음에는 안 하는 것이다가 나중에는 못 하는 것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야 한다.

굳이 고르라면 풍요보다는 존엄을 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말이 곧 풍요는 존엄과 배치된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자본가나 대지주가 아니며 더는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픈 내 존재의 실존적 결단이다.

현재로선 시한부적 결단이지만, 이 삶이 그럭저럭 괜찮으면 평생 이렇게 살아보려 한다. 한마디로 “삶의 실험”(Life Experiment)이다. 실험이니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다. 삶이니 실패도 성공도 없다. 오로지 삶이다.

글쓴이

Sehee Park

Advocate for Innovators. Law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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