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우리 끽해야 백 년 산다
한 세기도 못 넘기고 죽는다

예수는 서른 초반에 죽었다
죽었지만 죽지 않아서 몇 세기를 살았다

예수는 하느님의 아들이면서 곧 하느님이라지만
우리는 신의 아들이면서 신을 죽이기까지 했다

예수는 서른 셋에 죽었지만 죽은 건 그 짐승의 몸뚱이였지
전에 없던 그 초월의 얼은 사흘도 채 못되어 다시 났다

그 얼이 다시 나서 계속 살았고 전 우주를 다녔으며
석가도 만났고 간디도 만났고 우리도 만났다

이제 그 얼이 죽고 삶은 우리에게 달렸다
성탄절은 우리의 짐승됨과 사람됨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날이다

전속 회식

전속 회식을 했다.

9월부터 쓰기 시작한 바인더에 ‘일/직업’ 분야 올해의 목표 부분에 “전속”을 썼다. 시간이 흘러 자연히 이뤄지는 걸 목표라 하지 않는다. 내가 손쓸 수 있는 영역 밖의 일도 목표는 아니다. 그래, 막연한 희망 같은 것이었다.

임지를 옮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부담은 있다. 새 사람, 새 환경, 새 업무. 또 그래서 더 설레기도 하고, 하여간 복잡한 마음이다. 몸은 힘들었지만 가까스로 마음을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루틴 속에서 안정감을 느꼈는지도 모르는데….

어찌보면, 전속 회식은 부서에서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다. 부대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전속 신고 정도가 되겠지. 정말 갑작스러운 통보였고, 절차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전속이 내게 어떤 영향이 될지는 지나봐야 알 일이다. Que sera, sera.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요즘 어찌 지내니?”
― “그냥, 뭐, 잘 지내요. 근데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요. 하하하.”

“그래, 그래. 그래도 ‘뭐 하나 되는 일이 없다’라는 그런 말은 하지 말어라. 썩 좋게 들리진 않는구나.”
― “아, 아, 네….”

우와, 내가 이렇게 변했다. 한없이 긍정적이고 열정적이며 낙관적이고 이상적인 에너지를 내뿜던 바로 내가!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라니, 그런 되먹지도 않은 말을 내 입으로 내뱉다니, 이게 군대의 힘인가? 아니면 그냥 또 군대 탓을 하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