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많은 변명이 필요할까

나 스스로 잠시라도 깊게 의문이나 회의을 품지 않았던 과거사에 대해 진지한 해명 ― 이라고 나는 받아들였다 ― 을 요구받는 일이 있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거나 패착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어떻게 그런 결합이 가능했느냐, 라고 내게 묻는 이가 있다면 그이가 나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고 있다, 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합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냈느냐, 라고 묻는다면 부족한 결과이지만 성취가 있다면 모두 나 이외의 친구들 덕분이고 과오가 있었다면 모두 내 과오였다고 답할 것이다.

이런 나의 답변이 실증적이지 않기에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수사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더는 할 말이 없다. 나는 상황을 그렇게 과학적으로 인식하고 엄밀하게 분석하는 종류의 인간이 되지는 못한다.

고정된 포지션. 그 포지션에서 한 끝이라도 어긋나면 곧장 기회주의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살벌한 신상 논쟁. 철두철미한 자기비판, 자기반성. 날선 상호비판. 단선적 세계관으로의 폭력적 편입. 그와 나는 출발선부터가 한참이나 다르다.

덧붙이자면, 나는 윤리 판단에 있어 그 사람의 이념보다는 진정성(authenticity)을 중시하고 정치적으로는 왼쪽 날개냐 오른쪽 날개냐의 문제를 넘어 보다 높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성호 교수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지금의 한국 사회는 얼마간 왼쪽 날개의 인텐시브 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정도로 줄인다.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더 할 말이 없다. 인간은 자기 동일성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세계와 투쟁하지만, 동시에 과거의 나와 달라지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이다. 투쟁의 결과가 변화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앞으로 살면서는 얼마나 더 많은 변명이 필요할까. 그러나저러나 난 누가 뭐래도 내 갈 길을 갈거다. 그것도 끈덕지게!

『비폭력 대화』 (마셜 B. 로젠버그, 2004)

  • 우리는 대개 우리 자신의 폭력성을 인정하지 않는데, 이것은 우리가 폭력 그 자체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아룬 간디)
    p.6
  • 첫째, 인간이 자신의 본성인 연민으로부터 멀어져, 서로 폭력적이고 공격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둘째, 이와 달리 어떤 사람들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 가운데에서도 어떻게 연민하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가.
    p.17
  • [비폭력이란] 곧 우리 마음 안에서 폭력이 가라앉고 자연스럽게 본성인 연민으로 돌아간 상태를 가리켜 말하는 것이다.
    p.18
  • NVC의 네 가지 요소는 ①관찰, ②느낌, ③욕구, ④부탁이다.
    pp.22~23
  • 다른 사람들을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가치관과 욕구의 비극적인 표현이라고 나는 믿는다.
    p.36
  • 여기서 주의할 것은 ‘가치 판단’과 ‘도덕주의적 판단’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p.37
  • 만약 자신의 삶을 정말로 불행하게 만들고 싶다면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p.39
  • 자신의 행동과 느낌, 생각에 대한 책임을 깨닫지 못하면 우리는 위험한 인간이 된다.
    p.42
  • 평가와 관찰을 구별하기:
    1. ‘~이다’ 표현. 평가자가 자신이 그렇게 평가한 까닭을 표현하지 않을 때.
    2. 평가를 내포하는 풀이말을 쓰는 것.
    3. 자신이 추측한 것만이 사실이라고 암시하는 말.
    4. 사실과 추측을 혼동.
    5. 지칭 대상이 구체적이지 않을 때.
    6. 사실을 나타내지 않고, 능력을 의미하는 표현을 쓰는 것.
    7. ‘어떠어떠하다’, ‘어찌어찌하다’는 말로 평가하는 것.
    p.55
  • 느낌을 표현할 때에는 뜻이 모호한 말이나 추상적인 말보다 구체적인 느낌을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p.73
  • NVC는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이 우리의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은 될 수 있어도, 결코 우리 느낌의 원인은 아니라는 인식을 새롭게 해준다.
    p.83
  • “나는 ~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을 느낀다”는 표현으로 바꾸면 자신의 책임에 대한 인식을 깊게 할 수 있다.
    p.86
  • ※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1. 자율성(autonomy)
    2. 기리는 의식(celebration)
    3. 상호 의존(interdependence)
    4. 자기 긍정(integrity)
    5. 놀이
    6. 영적 교섭
    7. 신체적 양육
    pp.89~90
  • 우리는 누군가 부정적으로 말하면 다음 네 가지 중 한 가지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첫째, 자신을 탓하기.
    둘째, 다른 사람을 탓하기.
    셋째, 우리 자신의 느낌과 욕구 인식하기.
    넷째, 부정적인 말 속에 숨은 상대방의 느낌과 욕구를 인식하기.
    p.97
  • 느낌에 대한 책임감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거치는 세 단계:
    1단계 정서적 노예 상태, 다른 사람의 느낌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단계.
    2단계 얄미운 단계, 다른 사람의 느낌이나 욕구에 대한 배려를 거부하는 단계.
    3단계 정서적 해방, 다른 사람의 느낌이 아니라 자신의 느낌에 책임을 지는 단계, 그리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희생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수는 결코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단계다.
    pp.97~98
  •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 외에도, 막연하고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을 피하고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p.110
  • 우리는 다른 사람과 함께(with)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모르고서, 다른 사람에게(to) 혹은 다른 사람을 향해(at) 이야기한다. 상대가 마치 쓰레기통인 양 우리의 말들을 던져버린다.
    p.114
  • 그가 정말로 이해했는지 확신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들었는지 다시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편이 좋다. (…) 우리가 전달하고자 한 뜻을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다시 말해달라고 부탁했을 때, 상대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에 대해 감사를 표시한다.
    p.117
  • 우리가 집단을 대상으로 이야기 할 때, 그 집단에 어떤 반응을 원하는지를 말끝에 분명히 밝히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p.119
  • … 나는 그것이 바로 20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이 모임 회원들이 비생산적으로 흘려보낸 이유라고 믿는다. 우리가 모임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면, 토론은 이같이 비생산적으로 흐른다. 하지만 모임의 한 사람이라도 모임에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부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한다면, 모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임을 시작한 남성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표명하지 않는다면 다른 회원이 대신 말을 꺼낼 수도 있다.
    “회원들에게서 어떤 반응을 원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하는 것을 이야기해주시겠습니까?”
    p.121
  • 우리가 진심으로 부탁하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알리는 방법은, 부탁에 응하지 않는 사람의 말을 공감하면서 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때, 우리가 나타내는 반응을 통해 우리의 말이 강요가 아니라 부탁이라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상대가 부탁에 응하지 않는 것을 공감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강요가 아니라 부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124
  • NVC의 목적은 정직과 공감에 기반을 둔 인간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p.124
  •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목적을 인식하면서 주의 깊게 부탁했다 하더라도, 듣는 사람은 그것을 강요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우리가 권위 있는 위치에 있고, 상대방이 과거에 억압적인 권위자를 경험했다면 더욱 그렇다.
    pp.125~126
  • 우리는 공감하는 대신 조언을 하거나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며, 우리의 견해가 느낌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공감이란 우리의 모든 관심을 상대방이 말하는 것 그 자체에 두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고, 이해 받았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주는 것이다. 
    p.140
  • 지적인 이해는 공감에 필요한 마음을 막아버린다. (…) 공감의 열쇠는 바로 우리의 존재다. 곧 그 사람 자신과 그 사람이 겪는 고통에 온전히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p.142
  • 상대방은 우리가 잘못 이해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렇게 바꾸어 말하는 과정의 또 다른 이점은, 상대방이 자신이 한 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자신의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p.145
  • 곧 “내가 어쨌는데?”라고 묻는 대신 “나는 네가 무엇에 관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싶어. 나의 어떤 행동 때문에 네가 나를 그렇게 보게 됐는지 말해줄래?”하고 말할 수 있다. 
    p.146
  • 우리가 상대방의 말을 자신의 말로 확인할 때에는, 억양이 아주 중요하다. 자신이 한 말을 도로 듣게 될 때, 사람들은 아무리 작은 비평이나 비꼬는 기미에도 민감하다. 또한 우리가 상대의 마음 안에 무엇이 일어나고 있다고 단언하는 듯한 어조로 이야기하면, 이들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느낌과 욕구를 주의 깊게 들어줄 경우, 우리의 억양에서 그것이 나타난다. 곧 우리가 당신을 이해했다고 단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올바로 이해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p.149
  • 상대방의 말을 반복해주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을 절약해주곤 한다. 
    p.151
  • 상대방이 충분히 공감을 받았을 때는 ①긴장이 해소됨을 느낀다. ②상대방이 말을 멈춘다. 
    p.154
  •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우리 자신이 방어하는 태도가 되거나 남에게 공감해줄 수 없음을 느낄 때에는, ①일단 멈추고 심호흡을 하며 우리 자신에게 공감하거나, ②비폭력적으로 외쳐보거나, 혹은 ③자리를 피해 쉰다. 
    p.157
  • 우리는 “해야만 한다”나 “하지 않으면 안 된다”와 같은 명령에 굴복하기 위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그런 명령이 밖에서 오든 우리 내면에서 오든 간에, 만일 우리가 이런 강요에 복종하고 따른다면 그 행동은 삶에 생동감을 주는 즐거움이 빠진 에너지에서 나오는 것이다. 
    p.192
  • 우리가 처음부터 의식하지 못했을지라도, 분노의 원인은 바로 우리 자신의 생각에 있는 것이다. (…) 우리 느낌의 원인은 이처럼 다른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그때의 자기 욕구다. (…) 다른 사람의 느낌과 욕구에 우리 의식의 빛을 밝히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pp.209~210
  • 분노를 표현하는 단계:
    ①멈추고, 크게 숨쉬기.
    ②자신의 비판적인 생각들을 인식한다.
    ③우리의 욕구와 연결한다.
    ④우리의 느낌과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표현한다. 
    p.216
  • 인류는 편협하게 정의된 사랑의 개념에 현혹되어 닫힌 사랑의 기쁨 안에서 잠들었다 – 그리고 아직도 자고 있다. (테이야르 드 샤르댕) 
    p.246
  • 감사를 표현하는 세 가지 요소를 명확하게 구별한다.
    ①우리의 행복(well-being)에 기여한 그 사람의 행동.
    ②충족된 나의 어떤 특정한 욕구.
    ③그 욕구들이 충족됨으로써 생긴 유쾌한 느낌. 
    p.266
  • 시험공부를 하지 않은 한 학생이 포기하고 백지 답안지에 이름만 써서 제출했다. 그리고 답안지를 돌려받았을 때, 14점이란 점수가 매겨진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그는 의심쩍어 “제가 무엇 때문에 14점을 받았죠?”하고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깨끗함!”이라고 선생님은 대답했다. 주위 사람들이 무엇으로 어떻게 내 인생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는가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서 전하는 기술을 연마하는 데 힘 쓰고 있다. 
    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