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기 특내종료식

122기 특내종료식 참석 차 진주에 다녀왔다. 조인성도 가 있는 공군의 요람, 진주! 가는 데만 4시간, 이라는 사람 힘 빠지게 하는 거리인지라 가기 전날엔 정말 갈까리 말까리, 했다. (동기들아. 미안해, 이런 명예위원장이라서…)

하지만, 역시, 막상 가서는 너무나도 좋은 시간이었다. 내가 사랑하고 또 존경하는 명예위원 동기들이랑 부대 근처 식당에 가서 푸지게 점심도 먹고 후보생 시절 기억하면서 웃기도 하고 120기 선배들 뵙고 인사도 드리고 임관을 했지만 여전히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훈육관들과 정겹게 포옹도 나누고, 그랬다.

이번 행사는 우리 때보다 규모도 커지고 짜임새도 더 있었던 것 같다. 사후 58기 선배들도 오셨다 가셨다. 내가 121기 명예위원장이랍시고 나보고 격려사를 하랬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한 편으론, 할 말이 너무 많았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춘추체련복을 입고 연병장에 열과 오를 맞춰 각 잡고 서 있는 122기 후보생들을 보면서는 가슴이 울렁울렁거려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냥 안쓰럽고 슬펐다. 그래도 어쩌랴, 그래도 어쩌랴, 어쩌랴…

도시의 수도승

휘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끝내고 부대로 가는 길은 ‘신장쇼핑몰’이라고 부르는 번화가인데 음식점도 많을 뿐더러, 클럽, 바, 포장마차… 하여간 놀고 먹을 것이 많은 거리이다.

시끄럽기도 시끄럽지만 갖가지 음식 냄새가 진동한다. 특히 부대 앞에는 미쓰리햄버거며, 각종 튀김집들이 요사스럽게 진을 치고 코를 자극한다.

운동을 갓 끝내고 허지긴 상태에서 약 200m 남짓 되는 거리를 통과하는게 얼마나 힘겨운지. 그래도 꾹 참고 숙소로 돌아와서 바나나를 씹고 닭가슴살을 데워먹는다. 그러다 어제는 문득 허영만이 그린 『식객』의 한 에피소드 「도시의 수도승」을 생각했다.

도시의 수도승, 대체 누굴까? 허영만은 보디빌더를 두고 “도시의 수도승”이라 표현했다. 체중감량을 위해 땀복을 입고, 온갖 냄새로 가득찬 거리. 그 냄새의 진법을 뚫고 종횡무진 그 속을 질주하는 보디빌더의 뒷모습.

나도 체지방을 줄이기 위해 식단조절을 하고 있다. 음료수와 과자 같은 것을 입에서 뗀지 꽤 됐는데도 어제 단 한 번의 유혹에 굴하고 말았다. 내 앞에 놓여진 과자 몇 개를 종교참석 간 후보생 마냥 후딱 해치워버렸다. 유일한 군것질이라 할 생아몬드도 벌써 다 먹어간다. 500g으로 2봉이나 샀는데.

‘무소불위’란 말이 있다.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맹자의 人有不爲也而後 可以有爲(사람은 하지 않는 것이 있은 뒤에야 큰일을 할 수 있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다시 한 번, 이 말의 진의를 곱씹으며 내 생활을 되돌아본다.

이제는 더 적게 원하고, 더 많이 더 깊게 얻고자 한다.

그러나 그런 날에도 웃어야 한다

무엇을 해도 꼬이는 날이 있다. 그러나 그런 날에도 웃어야 한다, 는 것을 어제 배웠다.

서울대학교 안에 위치한, 친구가 일하는 카페에 왔다. 오랜만에 ‘학교’라는 공간에 들린 셈인데, ‘편안함’을 느낀다. 아니면, 그냥 쉴 수 있어서 편안한 것일까? 헷갈린다. 그렇다고 엄밀하게 구분해내고 싶은 마음도, 구분해낼 방도도 없다. 때론 ‘편향’이 ‘선호’를 꾸며내기도 하는 법이다. 인간은 누구나 그 착각 속에서 산다.

불편하진 않았지만, 쉬이 잠들 수 없었던 지난 밤에는 왈쩌Walzer를 읽었다. 읽어도 읽어도 왈쩌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참으로 ‘모호’했다. 그의 ‘입장’이 아니라, 바로 그의 ‘서술’이! 번역문이라 그랬나? 원어로 읽으면 좀 덜할까? 하지만 아직도 그럴 능력, 생산성을 갖추지 못했으니 내 게으름을 자책해야 할 일이다. 다시 ‘학교’로 가고 싶지만, 그럴 결단이 서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게으름… 정말로 내게 학문적 열정이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