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앞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선생님 앞에서 학교 욕은 해봤자다. 어차피 지금껏 학교 울타리 밖에 나가본 적이 없다. 부모님이 권위적으로 “안 된다면 안 된다는 줄 알아!”라고 하실 때엔 딱히 안 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다른 방법으로 다시 설득해보라. 선생님한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제 말이 맞았죠?” 그것이 사실일 때는 더더욱. 뭐가 뭔지 모르겠거든 한 번 직감을 믿어보자. […]

『검약론』 (새무얼 스마일즈, 21세기북스, 2006)

이 책은 그의 『자조론』, 『인격론』의 도입 격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의 논리체계 내에서는 검약을 통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인간 만이 자조할 수 있고 인격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노동자에 대한 인신공격적 서술도 눈에 띈다. 가난과 궁핍과 무절제, 교양없음, 이러한 악덕들이 노동자들의 핏 속에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가 가장 한심하게 바라보는 부류는 열심히 육체노동을 하고 나서는 저녁에 펍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번 돈을 탕진하는 이들이다. 그 돈을 조금만 아껴서 저축한다면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고 충고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는 알면 행할 것이라는 철학을 가졌던 것 같다. 행하지 않는 이유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가난한 이들에게 알게 해주려고 한다. 과연 그는 알아도 행하지 못하기도 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도 그는 인간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이런 글도 썼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야 그에게는 그저 시간낭비가 될 이런 일을 했을리가 없다.

그는 동시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찬찬히 읽노라면 19세기 영국의 생활상에 대해서도 어렴풋이나마 그려볼 수 있을 정도이다. 재밌는 얘기들이 많다.

이런 얘기도 나온다. 당시 저축은행에 조금씩 예금을 하던 노동자들은 그 사실을 알리기를 꺼려했다고 한다. 돈이 조금이라도 모여 있는 것을 알면 지인들이 빌려주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또 하나, 사용자가 노동자의 저축 행위를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악랄하게도 어떤 사용자는 노동자의 저축은 그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임금을 받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간주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얼마 간의 저축된 돈을 바탕으로 파업을 성공적으로 버텨낼 수 있기도 했다. 그러니 노동자들의 저축은 사용자들의 눈엣가시 같은 것이었다. 노동자이자 소비자인 이들의 저축을 통해 은행이 자본의 세력확장을 돕는다는 거시경제동학 따위를 그들이 알리가 없었다.

검약을 통한 자조가 인격적 인간의 출발이 된다, 는 것은 자유주의 정치이론의 ‘숨은 전제’ 같은 것이다. 19세기 영국을 살았던 저자가 육화(肉化)했던 사상이다. 이는 오늘날 한국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도 적용되는 법칙이다. 여기서 자본주의 시대의 연속성을 발견할 수 있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필요하다. 하지만 돈 없이도 살 수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돈에 집착하지 말라는 이들을 존경하라. 하지만, 돈을 완전히 무시하라는 말을 하는 이들은 의심하라. 그들은 사이비 교단의 교주이거나 더 많은 돈으로 당신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가진 이들일 테니까.

노동이 곧 가치를 만들어내지도 않으며 가치가 곧 가격도 아니다. 다만, 노동은 얼마 간 가치가 있는 것이며 가격은 또 얼마 간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즉 한 인간이 얼마 간의 근면한 노동을 통해 평균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는 살기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부동산 거품과 사교육 열풍, 불안정 고용이 함께 살고 있는 2009년의 한국 사회는 살기 좋다고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저출산 고령화 경향은 이러한 한국 사회의 불모성, 불임성에 대한 적절한 증거이다.

우석훈의 공전의 히트작, 『88만원 세대』는 「첫 섹스의 경제학」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소제목으로 시작한다. 낮은 알바비에 감당 안 되는 이동통신요금, 높은 대학 등록금, 대한민국 10대와 20대가 가 다른 나라의 동년배들에 비해 자립도가 낮은 이유는 다른 데에 있지 않다.

2009년 한국 사회에서, 새뮤얼 스마일즈가 제시한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도덕적 인격을 가질 수 있는 개인”이 되려면, 정말 맥주를 덜 마시고 저축을 더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될까? 아니면 대학 졸업까지 뒷바라지는 물론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남겨놓고 떠나줄 수 있는 부모를 가져야 할까?

비관적인 투로 끝을 맺지만 나는 개인의 의지적 노력을 믿는 쪽이다. 그래도 사회가 제도가 정부가 조금은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 세기말적 시대를 살아가는 우울한 이들이 초인적 의지를 가지지 않고서도 살아갈 법 할 정도로 말이다.

다시 BOQ에 돌아와서

다시 BOQ 복귀. 비가 내려줘서 고마웠다. 집을 떠나기 전에 어머니께서 내 가방에 우산을 구겨넣지 않았더라면, 이 비가 그다지 고맙지 않았겠지만.

2007년이던가? 우연한 자리에서 한 후배가 내게 해줬던 말이 자꾸 곱씹힌다. 상대가 바뀌거나 내가 바뀌지 않는 이상, 달라지는 것은 없을 거라던…. 야속한 말이었지만 너무도 정확한 지적이라 속으로는 고개를 떨궜던 기억이 있다. 내가 바뀌어야 한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된다.

지금 구입해놓은 책을 다 읽기 전까진, 새 책은 사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내게 이건 무려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새 책의 유혹은 너무도 강렬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무서운 속도로 꼬박 읽어나가도, 다시 책을 살 수 있기까지는 적어도 세 달은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주제별로 엮어 읽어가면 좀 빨리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내게는 과제도 없고, 직무에 필요한 지식도 없다. 꼭 필요한 책은 근처 도서관을 이용하면 될 일이다. 돈도 굳겠지?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나의 첫 사업 계획서』에서 좋은 단어 하나를 건졌다. bootstrapping. 책에서는 독립독행(獨立獨行)으로 번역했다. 사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업과 관계된 일이라면 아주 사소한 것들이라도 몸소 해보고 직접 챙기라는 대목에서 나온 말이다. 청소할 줄 모르는 사람이 청소부를 제대로 고용할 수 있을리없다. 조한혜정 교수가 말했던 ‘일머리’랑도 맞닿는 부분이 있다. 경험, 몸으로 배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개인적으론 시간이 꽤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지루한 듯 느껴지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괜시리 쫓기는 기분은 싫다. 한 선배는 군에서의 3년의 시간을 “인생에서의 휴가”로 즐겨 표현하던데, 나는 마냥 즐기기기는 힘들다. 휴가가 끝나면 무엇을 할 것인가?

전역 후의 진로. 여전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만, 사람의 가치관이 그리 쉽사리 바뀔 수는 없는 것 같다. 수많은 사고실험 속에서도 내 마음은 뚜렷이 한 곳을 비추고 있음을 확인한다. 결국 “어떻게?”가 관건이다. 우선은 job을 잡기로 했고, 여기에 요구되는 조건들을 갖추는데 시간을 쓰기로 했다.

하자센터에서 지켜야 하는 7가지 약속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해야 하는 일도 할 거다. 나이 차별, 성 차별, 학력 차별, 지역 차별 안 한다. 어떤 종류의 폭력도 행사하지 않을 거다. 내 뒤치다꺼리는 내가 다 할 거다. 정보 때문에 치사해지지 않을 거다. 정보와 자원은 공유한다. 입장바꿔 생각할 거다. 약속은 지킬 거다. 못 지킬 약속은 안 할 거다. ― 조한혜정, 『다시 마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