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라이언즈 (Lions for Lambs, 2007)

누가 용맹한 사자를 사지로 내모는가

정치문제는 문제의 내용을 안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누가 당사자인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E. H. Carr, 『20년의 위기』 中.

이 영화의 원제는 Lions for Lambs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장교가 멍청한 작전을 구사하는 영국군 장교를 ‘양’으로, 실패한 작전에 의해 희생당한 용맹한 영국 군인을 ‘사자’로 비유한 것에서 유래한다.

이 영화에는 소위 ‘헐리우드 리버럴’이라 불리는 감독 겸 주연 로버트 래드포드의 정치색이 짙게 배여 있다. 영화는 이라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미국, 정확히 말하면 현직 대통령인 부시와 집권당인 공화당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정치는 ‘우리’와 ‘적’을 나누는 순간에 시작된다. 영화 속 공화당 상원의원 제스퍼 어빙(탐 크루즈 분)은 현실의 공화당 레토릭을 거의 완벽히 모사한다. 어빙은 이란의 핵개발을 실제적인 안보 위협요소로 상정한다. 또한 이라크가 아프가니스탄의 반미세력을 지원하기 위해 이란의 영토를 횡단하는 전략을 감행하고 있고, 이를 이란이 용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이 현재의 난관을 타파하기 위해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전략이 필요하며,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이라도 감수할 것”임을 피력한다.

어빙의 논리는 그의 인터뷰 하고 있던 제닌 로스(메릴 스트립 분)가 간파했듯, 지난 역사에서 숱하게 등장했던 개전/파병 논리의 반복에 불과하다. 베테랑 기자인 제닌은 어빙 의원의 논리에 쉽게 설득되지 않고 조목조목 반박하며 부실한 논리를 지적한다. 오히려 이런 제닌을 괴롭힌 것은 어빙 의원이 미디어는 “세류에 편승하는데 급급한 ‘바람개비’같다”며 비꼰 대목이다.

이 영화는 제닌 로스라는 인물을 통해 ‘정치에 휘둘리는 미디어’에 대한 고민도 드러낸다. 제닌은 신문사로 돌아온 뒤, 어빙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에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며 기사화를 주저한다. 그대로 쓰면 특종이 될게 분명하지만, 집권당의 정치적 목적에 부역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옛 동료이자 현재의 상사는 사실보도보다 특종을 터뜨리는 게 더 중요하다며 그녀를 회유한다.

로버트 래드포드의 세련되지 못한 직설화법 영화를 2시간 여 보고 있노라면 따분함이 밀려오는 게 사실이다. 그는 이 영화를 만든 것도 모자라서 자신이 직접 스티븐 맬리 교수를 연기한다. 그리고는 관객으로 상정된 대학생 토드(앤드류 가필드 분)를 앞에 두고 대화를 가장한 설득을 시작한다. 토드는 현실 정치에 냉소적인 학생이다. 그는 오늘날의 정치는 부패하고 타락했기에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실토한다. 이는 한국의 현실과도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정치 현안에 무관심하며, 사소하고 개인적인 문제에 골몰한다. 맬리 교수는 ‘자발적 무관심’이 현직 정치인에게 얼마나 이로운지 모르느냐고 다그치며, 냉소적인 태도는 단지 책임을 회피하고 현실에 안주하려 하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맬리 교수와 면담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토드는 혼란스럽다. 영화를 본 관객도 불편함을 떨치기 힘들다. 교수의 입을 빌려서 나온 감독의 메시지는 헷갈리는 구석이 있기도 하다. 간교한 ‘양’들이 얘기하는 전쟁의 허구성을 비판하잔 얘기인지, 직접 ‘사자’가 되어 용맹하게 희생하잔 얘기인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3류 선전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체면을 차린 셈이다.

감독의 답은 정치에 대한 ‘참여’와 ‘관심’을 자양분으로 미국식 공화주의를 건강하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감독의 답이며, 하나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무관심/무대응’도 하나의 정치일 수 있지만, 덕스럽진 못하다. 학생과 관객은 ‘정치적 숙려’를 거쳐 자신의 답을 찾아야 한다. 어떠한 답을 내리건 간에, 정치 참여는 기본 전제이다. ‘전쟁의 정치’를 막고자 한다면, ‘정치의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글쓴이

Sehee Park

Advocate for Innovators. Law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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