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는 삶

EBS 文化史 시리즈 을 즐겨봤었다.

극은 주로 김승옥과 김지하, 김중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이 셋 외에도 김지하에게 영향을 준 장일순 그리고 김승옥과 함께 동인지 활동을 했던 김현 등 주변 인물들의 등장도 재미를 더했다.

요즘들어 자주 생각나는 부분은 조동일이 캠퍼스를 거닐며 ‘인사’를 하는 장면이었다. 민족문화에 대한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조동일은 인사하는 시간도 아까워 오른손 검지를 들며 ‘손가락 인사’를 했다고 한다.

해설자였던 정보석은 이를 두고 ‘그렇게 바쁘게 살아왔던 만큼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지만, 또 그만큼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하는 물음을 던졌다. 그것은 비단 조동일 개인의 삶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 급속한 성장을 위해 달려왔던 한국 근대사에 대한 물음이기도 했다.

3월 초, 아끼는 친구의 생일이었지만 가까스로 TOEFL을 끝내고 개강 준비와 내 생활에 바빠서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소중한 친구를 챙겨주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약간의 자괴와 함께 조동일의 ‘그’ 손가락 인사를 생각한다. 골몰하는 표정으로 바쁘게 캠퍼스를 거닐던 그 모습을.

글쓴이

Sehee Park

Advocate for Innovators. Law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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