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남는 것은 학덤

신명나게 공부할 수 있으려면, 이번 학기 학점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했다. 그러니까 난 결국 남는 것은 학점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징크스처럼 2학기 성적은 늘 하락세를 보이곤 했는데, 자연스레 겨울방학까지 음울하게 보냈던 것이다.

지금 내게 드는 생각은 딱 한 가지이다. “대체,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계속 공부를 해도 되는가?” 학점이 나의 잠재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나의 의지에는 찬 물을 끼얹곤 한다. 결과가 나빠서 우울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나를 답답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겨울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극복하고, 더 공부하려는 노력을 해볼까 싶기도 하다. 이번 겨울. 절대로 휘둘리지 말자. 흔들리지 않는 ‘나’를 세우자. ‘나’를 믿어야 한다. 꼭 그래야만 한다.

불안 2

따지고 보면 얼마나 불안한 영혼인가!

갈 곳 몰라 방황한다. 가진 것 없어 걱정하며, 당장 내일을 어떻게 살 지 고민한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른다.

이젠 꿈을 찾아 떠나기에는 너무 늙어버렸다고 읊조린다. 거리에 앉아 자신의 길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이들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분명 아직 자신의 꿈을 시험하러 떠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 중에는 분명 그저 꿈을 포기하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과 같거나 혹은 그들 보다 나은 처지가 아닌가? 아직 꿈을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마음으로 살자. 꿈을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 그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할 것이다. 행복하다. 꿈을 품자. 가슴 속에 꿈을 품자. 열정 한 덩어리를 삼키고 그 불을 계속 지펴나가자. 그렇게 계속 행복하게 살자.

수면의 과학 (2005)

미셸 공드리. 을 본 사람이라면, 영화와 함께 그 이름을 기억해뒀으리라. 나 역시 미셸 공드리의 작품이란 이유 하나로 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헌데,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같이 본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정말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되는데,) “프랑스 영화라 그런가? 보다는 많이 거친 것 같다.”

정제되지 않고 제멋대로 뻗어나가다가 극중 주인공인 스테판이 싫어하는 엄마의 습성처럼 “흐지부지 시작만 해놓고 끝은 못 맺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결국 영화는 스테판의 꿈 속에서 스테파니와 함께 彼岸으로 접어드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것으로 끝? 그것으로 끝!

불가해한 메타포들. 수면의 ‘과학’은 무슨!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수면은 절대로 과학적일 수 없다는 사실만 깨닫게 된다. 하지만, “모든 질서에 죽음을!” 미셸 공드리 영화의 매력은 오히려 이 거침없는 상상력에 있는지도 모른다. 스테판의 꿈은 바로 그 상상력이 활개치는 場인데, 현실에서 그저 하소연만 거듭하는 스테판은 꿈 속에서야 말로 자유롭게 유영하며 자의적인 힘을 행사한다. 단지 그 뿐이라면,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꿈을 빌어 해소하는 것일 뿐이라면, 이 영화는 좀 더 이해하기 쉽고 그리고 그저 평범한 작품으로 전락했을 것이다.

기발한 두뇌와 여린 감성을 지닌 스테판에게 수면과 비수면의 경계는 매우 모호하다. “대체 이 장면이 꿈이여, 생시여?” 영화 속의 스테판 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가 품게 될 물음이다.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이 영화는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이다.

하루를 버리는 방법

나는 하루를 버리는 방법을 안다.

우선 전날 늦게까지 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이고 게임이고 밤늦게까지 붙들고 있다가 새벽 3시, 4시가 다 되어서 곯아떨어진다. 그렇게 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리 없다.

늦게 일어나서 아침 수업에 지각을 하거나, 아니면 거의 시작 시간에 맞춰서 출석한다. 이 때, 정상적인 몰골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세수도 못하고, 머리도 못 감고, 다려지지 않은 옷을 입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수업에는 집중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급하게 준비해서 오느라 정신도 없고, 강의 내용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람들을 만나서는 안 좋은 이미지만 심어 줄 뿐이다. 그래도 이렇게 아침 수업에 이끌려 하루를 시작하게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오후 늦게 쯤에 약속이 있는 경우에는 늦잠이 대개 오전 11시까지 이어진다. 아침을 먹지 못했으므로 배는 고프지만, 점심을 제때 먹지 않는다. 그러다가 점심을 훌쩍 넘겨서 무언가를 먹게 된다. 이렇게 한꺼번에 음식을 섭취하면 식곤증이 밀려온다. 해서 두 시간 가량 잠을 자게 된다.

약속을 지킬 수 있으면 다행이고, 한껏 귀찮아진 몸은 그냥 약속을 무시하거나 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야 취소를 알린다. 인간관계는 끊어지고 신망은 땅에 떨어진다. 일은 내일로 모레로 미뤄지고, 업무는 진전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신이 명료해져서, 저녁이 지나면 오히려 또렷해진다. 하지만,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타인을 만나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결국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만 하게 되는 것이다.

주로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책을 읽으면 다행이지만, 컴퓨터를 붙들면 다시 악순환이 시작된다. 하고 싶은 만큼, 인터넷과 게임을 하다가 (절대로 실용적인 일은 하지 않는다.) 잠이 오면 곯아떨어진다. 샤워를 하거나 세수를 하는 일은 드물다.

이번 학기만 해도 이런 일이 많았다. “바빠서 그랬다”는 핑계가 조금은 먹힐 지도 모르지만, 이런 생활이 반복되니까 자연스럽게 몸이 바빠지고 정신이 없어진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선순환의 고리를 찾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

몸 상태가 많이 나빠졌음을 느낀다. 운동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고,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나빠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중없이 잠을 자고 일어난다. 먹는 것도 천천히 나눠서 먹는 것이 아니라, 급하게 집중적으로 먹는다. 이러니 무슨 일을 해도 쉽게 피로하다.

좋은 생활습관을 기르는 일, 조금씩 시작해보자.

43대 학생회 매듭짓기 모임을 앞두고

43대 학생회 매듭짓기 모임을 준비하기 위해 연락을 돌리고, 기획안을 쓰고…. 아직 시험기간이지만, 반드시 해야되는 ‘내 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아깝다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 ‘공식 해산’이라는 말이 왜 이리도 슬프지?

23일이면 정말 마지막이다. 마지막. 1년 남짓을 열정과 노력으로 함께했던 활동의 마지막! 그 마지막에도 모두가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더 슬프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내게 감상에 빠질 여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내일 마지막 시험과 에세이도 남았고, 23일 모임도 준비해야 하고, 44대 학생회 인수인계도 해야한다. 43대 학생회 자료집도 발간해야 하고, 연정커뮤니티에 학생회 활동 평가 설문과 퇴임사도 올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게 있는 학생회 활동 자료―라고 해봤자 안건지와 기획서, 영수증 뭉치 뿐이지만―와 남아있는 학생회비, 연정커뮤니티 클럽장 권한을 영준이에게 넘겨줘야 한다. 그리고 영준이가 중국 여행을 떠나기 전에 자주 만나서 함께 논의하고 44대 학생회를 만들어갈 친구들과도 한 번 만나야 한다.

생일, 고맙습니다

장갑,
누나의 회색 스웨터,
YJ의 플래너,
H형의 책,
B의 세계지도,
그리고 많은 친구들의 축하 메시지.

별로 보잘 것 없는 나의 생일에 내가 받은 너무나 값진 것들.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

이번 학기는 늘 그런 식이었다. 한 번도 느긋하게 정리하거나 숙고할 여유를 갖지 못한 채, 늘 쫓기는 상황에서 ‘다음’을 선택해야 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사치였고, 내가 소중히 여겨왔던 것들에게 애정을 품는 일, 사적인 약속을 지키는 일은 ‘공적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우선 순위에서 밀어내야만 했다.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2006 EAS Congress Youth Forum 참가는 동아시아해 환경보호 어젠다에 대한 관심을 갖는, 동아시아해를 공유하는 아시아 각국의 청소년들과 유대를 쌓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저께 귀국하여 당장 내일부터 기말시험 기간이 시작된다는 사실은 ‘과연 내 선택이 옳았던가’하는 의구심마저 들게했다. 지난 일을 정리할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바로 다음 일에 착수해야 하는 이 빡빡함이 야속하다.

월요일 두 과목을 시작으로 목요일까지 총 네 과목의 시험을 보게 된다. 요행을 바랄 생각은 전혀 없고, 내 선택을 후회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인샬라.

2006년 12월 18일 새벽,
생애 가장 바빴던 한 학기를 마무리 짓는 기말시험을 준비하며.

충고

다시 한 번, 나는 정말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일단 사람이 모여야 뭐라도 된다. 뭐라도 할 수 있다. 숱하게 스크랩 되는 싸이월드의 한 게시물에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적혀있다. 이건 비단 연애에만 해당 되는 일이 아니다. 모든 일에서 그렇다.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일단 일을 성사시킬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아니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뤄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

앞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너의 사명과 가치에 기반한 ‘신념’을 진심으로 함께 나누려고 노력해라. 진심을 담아서 얘기하고, 또 설득해라. 절대로 쉽게 포기하지 말고 끈기를 가져라.

이는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최종적인 선택은 남겨주되, 너의 마음으로 끈덕지게 설득을 해라. 집행부 일을 함께 해달라는 것도 그렇고, 행사에 참가해달라는 것, 행사에 도움을 달라는 것도 그렇다. 그 마음과 태도에 진심이 담겨져있다면, 네 얘기를 듣는 사람은 네 얘기에 동의하지 않거나 불가피한 일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네 진심을 알아줄 것이다. 모든 관계는 절대로 일회적이지 않다. 이번이 아니라면 다음도 있다. 한 번의 실패에 굴하지 말고 다음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을 뿌려라. 그 첫 발걸음이 바로 ‘진심’을 담는 것이다.

너는 진심을 담았지만, 사람들이 몰라주는 일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에는 네 잘못이다. 네 잘못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반대로 생각하는 것보다 너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 네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나의 진심을 사람들이 알아줄까?”를 고민해봐라. 표현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도 좋다. 말 뿐만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도에서 돌아온지 일주일 만에…

아, 드디어 인도 다녀온 짐 정리를 시작했고 반 쯤 끝냈다. 귀국한 지 일주일 째의 일이다. 사실 방 청소를 못하고 훌쩍 급하게 떠난 것이었고, (짐도 출국날 새벽에 쌌고) 돌아와서도 모의국회니 광란의 조모임이니 쪽글에 발표에 바빴다. 다행히 발표는 월요일로 미뤄졌지. 연정의 밤 행사도 학생회 선거도 모두 끝내고 이제야 홀가분한 마음으로 방 청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