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달인

아침에 몸이 축 쳐지길래, ‘그래 몸아 쳐질대로 쳐지거라’ 침대에서 뻗었더니 걸려오는 전화 몇 통 겨우 받으면서 오후 늦게까지 자다 깨다 했다. 깰 때마다 ‘이렇게 쳐지는 원인이 뭘까, 날씨? 간밤의 과음?’ 조금 생각하다가 다시 잠에 빠져들고 마는 것이었다. 휴일도 아닌데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벌떡 일어나서 일단 신촌으로 내려갔다.

지난 밤, 과음에 수반되는 엄청난 안주 먹기로 허기가 찾아오지 않았다 뿐이지 엄연히 아침, 점심을 거른 상태였기에. 혼자 밥 먹고 싶을 때, 혼자 밥 먹어야 할 때 자주 가는 풍년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었다. 생각해보면, 신촌 바닥에서 혼자 들어가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은 별로 없다. 혼자 들어가서 앉으면 본의 아니게 눈치 봐야하는게 싫다. 그런 면에서 혼자 먹는 사람이 많은 학교 내 식당은 의외의 장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기숙사는 다른 건 다 좋다고 말 해줄 수 있는데, 밥 먹기는 정말 괴롭다. 게다가 때아닌 급식 파동의 여파로 CJ가 철수하는 통에 그나마 운영되던 식당과 매점도 부산스럽다. 아무튼 간에 점심도 저녁도 아닌 7월 마지막 날의 단 한 끼를 해치우고, 장을 보러 나섰다. 늦은 기상과 자연스럽게 거르는 아침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오뚜기 오트밀포스트 홀앤올을 구입했다. ‘아침 먹기’는 단순히 ‘한 끼’를 챙겨먹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아침 먹기를 통해 건강도 챙기고, 하루를 더 활기차게 시작하고 싶다.

싸이월드 다이어리 가계부의 도움을 받아, 코찔찔이 시절에 귀여운 용돈기입장으로 잠깐 했던 유치한 짓을 다시 시작했다. 내일이 8월 첫 날이었으므로 새로운 달을 맞아 시작했으면 좋았겠지만, 당장 오늘 지출부터 입력했다. 자랑이라기 보다는 좀 슬플 정도로 근검절약은 몸에 배어있지만, 좀 더 규모있고 지각있는 소비를 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얼마가 있고, 얼마가 들어올 예정이니, 대충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넘어갔다. 그러고나서 나중에 은행 입출금으로 해당월의 총 지출액을 추정해보는 식이었다. 그 총 지출액을 두고, 과연 그것이 과지출인지 어떤지 실질적인 판단을 하기 보다는 그저 명목 액수 자체의 크고 적음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가계부 쓰는 습관이 차츰 몸에 익으면, 싸이월드에 쓰는 것은 그만두고 엑셀 파일로 따로 정리할 생각이다.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 일에서 성과를 내는 것, 시간을 알차게 쓰는 것,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나의 생활’부터 잘 해나가야 가능하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 아주 하찮은 일처럼 보이지만 아침 먹기를 통해 인체에 생물학적 부담을 줄이고, 귀찮더라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 생활의 활력을 얻고 타인과의 관계 역시 기분좋게 쌓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다락多樂 폐막식 축하파티 참가기

인디애니영화제 <다락多樂>이 끝났다. 세상 모든 행사가 그렇듯, 결국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모르는 채로 끝났다. 딱히 한 일은 없지만 영화제 관객의 입장에서, 또 행사를 만든 이들의 친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아쉬움 보단 ‘그 다음’에 대한 기대를 남긴 행사가 아니었나 싶다.

다락 폐막식 축하파티에는 “술 공짜로 마시고 싶음 오라”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나겠거니 싶어서 가게 되었다. 덕분에 깔루아 밀크, 보드카 라임, 화이트 러시안을 마셨고 피자까지 얻어먹었다. 그러다 결국 8con의 집에까지 가게 되었다. 반바지에 슬리퍼에 운동 나온 차림으로 광나루까지 갔다.

광나루가는 파란색 370 버스에서,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학기 초, 행사를 시작하며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친구는 온데간데 없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좋아하지 않는 일도 재밌게 해낼 방법을 찾겠다”는 성숙한 친구의 모습이 있었다. 일에 있어서 끊임없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요가를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