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부

닥치는 대로 살지 말고 우선 가치에 기반한 삶의 철학을 지닐 것.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성찰할 시간적 여유는 남겨놓을 것.

삶의 순간을 그저 지나치지 말고 꼼꼼히 정리할 것.

배울 것, 지켜나가야 할 것을 남기고 버려야 할 것은 버릴 것.

가급적 글을 통해 개인적 경험을 타인과 공유할 것.

구체적이고 명확한 관심 영역 안에서 활동하되, 영역 밖과 영역 위를 항상 염두에 둘 것.

나의 사람들을 챙길 것.

더 많은 재물을 탐하지 말고, 있는 범위 내에서 근검절약하여 사용할 것.

좋은 시작 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는 마무리를 위해 더욱 세심할 것.

일이 잘 풀릴수록 나를 낮추고 더 배우려는 마음가짐을 가질 것.

그리고, 언제나 감사할 것.

『글 읽기와 삶 읽기 1』 (조한혜정, 1995)

얼마전 한 후배 녀석이 물었다. “곧 기말고사 기간인데,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기말고사 기간에도 책을 읽겠다는 기특함인지, 시험 따윈 어찌됐든 상관없다는 주의인지, 아니면 시험 때만 되면 시험 공부 이외의 것들에 지나치게 집중을 잘하는 타입인지. 순간적으로 스치는 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한 권의 책이 떠올랐고 나는 주저없이 그 책을 권했다.

바로 조한혜정 교수의 『글 읽기와 삶 읽기 1 -바로 여기 교실에서』이다. 이 책은 1995년 처음 세상과 만났지만, 나와는 2006년이 되어서야 만났다. 조한혜정 교수가 자기 수업 첫머리에서 ‘자기 소개’를 이 책을 비롯한 자신의 책 몇 권을 읽게 하는 것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종종 저녁을 같이하며, 메신저로 여러 얘기를 나누곤 하는 한 선배는 이 책을 두고 “허물벗기에 딱 좋은 책”이라고 평했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이 책은 특히 ‘대학’이라는 공간에 처음 발을 들인 새내기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또한 빼앗긴 들은 찾았지만 빼앗긴 언어는 여전히 찾지 못해 자신의 삶을 읽어낼 문법을 지니지 못한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신촌 만화공화국

대한민국헌법에서 ‘민주공화국’의 ‘민주’를 ‘만화’로 치환하자는 시덥지 않은 농을 던질 정도로 만화를 좋아한다면, 만화공화국을 추천한다.

만화공화국은 신촌에 있는 만화방이다. ‘공간’에 정 주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자주 몸을 숨기는 곳. 울적하거나 시간이 붕 뜰 때엔 그저 슬며시 만화공화국 구석 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만화책을 본다.

신촌에서 3년째 살고 있는 나에게 만화공화국은 그만큼 특별한 공간. 게다가 한 때 (비록 매우 철없던 시절이긴 하나) 만화가가 되는게 꿈인 때도 있었을 정도로 ‘만화’에 대한 나의 애정은 꽤 특별했으니. 요즘도 왠만한 웹툰은 모조리 챙겨보고 있기도 하고. (그만큼 할 일이 없다는 소린가?)

인터넷을 떠돌다 만화공화국을 꽤 자세히 묘사한 ‘만화’가 있어 아래에 소개한다. 서울여대 학생들이 운영하는 슈먼닷컴에 연재되고 있는 이다의 서울여행기 중 신촌 편이다.

이 서울여행기의 처음이 신촌, 그 신촌 중에서도 만화공화국이라니 역시 B급 정서는 통하기 마련인가. 이 만화에는 만화공화국의 자세한 위치도 나와있고, 내부 사정 그리고 특장점도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아마 이 만화를 본다면 내가 유달리 만화공화국에 정을 주고 있는 이유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으리라.

(※ 위에 있는 이다님의 서울여행기로 가는 하이퍼링크가 잘 작동하지 않는 듯하여 현장을 보존할 목적으로 부득이 아래에 무단으로 전제합니다. 이다님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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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촌끊기

원래 일촌 간에는 촌수를 따지지 않는다. 이촌까지도 매우 가깝기 때문에 그렇다. 삼촌부터는 그나마 좀 거리감이 있는지 ‘삼촌’하며 부르기도 한다. 뭐, 여기에서의 ‘삼촌’은 촌수의 삼촌이라기보다 나이가 제법 차이나는 결혼하지 않은 남성을 가르키는 호칭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더니 인맥 기반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싸이월드가 ‘일촌’을 가지고 크게 히트를 쳤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일촌’이라고 하면, 싸이월드를 생각한다. 기록상으로 나는 2000년 2월 24일에 미니홈피를 개설했다. 지금은 일촌을 맺을 때, ‘일촌명’을 자유롭게 지을 수 있지만 그 시절에는 몇 개의 선택항이 존재했을 뿐이었다. 그 시절에 일촌을 맺은 친구들과는 여전히 그 일촌명을 갖고 있는데, ‘평생지기’ 정도는 어감이 꽤 괜찮다.

일촌을 맺을 수 있으니, 당연히 끊을 수도 있다. 얼마전에 한 사람이 나에게 통보 없이 ‘일촌끊기’를 했나보다. 그 많은 일촌 목록 중에서도 늘 눈에 띄는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난 자리’는 더욱 허전하게 느껴진다. 처음 일촌맺기를 하면 요란하게 팝업 창까지 뜨면서 알려주지만 일촌끊기는 요령껏 본인이 알아채야 한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괘씸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그렇다. 일촌을 맺고 있음으로 특별한 혜택, 그러니까 숨겨진 보물상자를 함께 열람할 권한 따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마음을 할퀴어대도, 그저 일촌으로 남아있는 것 그것 자체가 마음의 안위를 가져다줬는지도 모른다.

나는 확실한 성격이 되지 못해, 실제로 한번도 “우리 이젠 아주 연을 끊자.”고 한 적이 없다.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저 그 희망을 믿고 언제고 친구로 기억하려 노력한다.

이제 일촌을 끊고 그 사람과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다지 걱정하진 않는다. 다만 그러지 않았을 때보다 더 확실하게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 사람과 나는 그 흔한 싸이월드 일촌도 아닌 관계라는 것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