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사랑』 (덴도 아라타, 2002)

텐도 아리타는 소소한 일상과 함께 정신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쓰고 있다. 그의 간결하고 섬세한 문체는 소재와 더불어 가슴 속에 자잘한 진폭의 여운을 남긴다. 책의 제목은 내용을 아주 잘, 혹은 반어적으로 수사한다.

책은 사랑의 과잉과 결핍(이것부터가 사랑이 아니라는 사람도 있겠지만)이 주는 심리적 공황, 불안을 묘사하고 있다.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며 가정을 이끌어가는 성실한 가장, 서툴지만 좋은 아내와 엄마가 되려 노력하는 부인, 왜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상처를 안기게 되는 것일까. 강박에 시달리는 아내를, 왜 남편은 감싸줄 수 없었던 걸까.

네 개의 단편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가장 공감했던 것은 「평온의 향기」였다. 「우선은, 사랑」에서 결국 드러나게 되는 갈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며 나름의 답을 준 단편이었기 때문이다.

「평온의 향기」에는 두 명의 남녀가 사회복귀를 위해 동거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외부의 시선으로는 정상(正常)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두 사람이지만, 외출할 때면 세 번 이상 가스와 문단속을 해야하는 여자를 그냥 기다려줄 줄 아는 남자와 자신 없어 하는 남자를 말없이 부둥켜 앉고 도닥여주는 여자, 둘은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존재이다. 각자 한 사람으로는 제 몫을 해내지 못한다는 비난과 자괴의 벽에 갇혀 살아왔지지만, 둘은 동거 과정을 통해 서로의 빈 곳을 채워나간다.

그렇게 서로를 채울 수 있는 두 사람이야말로 그들을 불필요하다 여기는 다른 가족들보다 더 온전한 인간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글쓴이

Sehee Park

Advocate for Innovators. Law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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