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의 한계가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그러나 좀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약간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아, […]

러브 레터 (Love Letter, 1995)

와타나베 히로코, 그녀는 연인 후지이 이츠키(男)를 산에서 잃었다. 2년이 지나도 그를 잊지 못한다. 우연히 그의 졸업앨범에서 그의 옛 주소를 발견, 이미 고속도로가 되어버린 곳이라지만 그냥 그의 과거가 있을듯해 무턱대고 편지를 쓴다. “잘 지내시죠? 저는 잘 있습니다.”, 왠걸 며칠 뒤, 답장이 온다. 놀란 그녀는 그 주소를 찾아가 보지만 동명이인인 것을 알고 왔다간다는 쪽지만 남긴다.

“생각해보면 저의 기억은 하나같이 나쁜 것들 뿐입니다.…”

후지이 이츠키(女), 그는 어릴적 그와 동명의 남학생과 3년 연속 같은 반이 되어 꽤나 곤욕을 치뤘다. 돌이켜보면 상당히 고통스러운 기억들뿐, 어느 날 자신의 앞으로 온 한통의 편지에 답장을 하고는 그 편지 발신자의 요청으로 그와 동명의 남자에 대한 기억을 주저리 주저리 풀어놓는다. “생각해보면 저의 기억은 하나같이 나쁜 것들 뿐입니다….”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女)는 편지를 주고 받는다. 히로코는 앨범을 보며, 이츠키(男)의 어머니에게 묻는다. 이 여자(이츠키)가 나랑 닮지 않았냐고… 이츠키(女)는 편지를 통하여 이츠키(男)와의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함께 도서실을 관리하게 된, 영어시험지가 바뀌게 된, 한 여자를 소개시켜준, 교통사고가 난, 그리고 그 소식을 전한 선생이 놀라서 도망을 간(이츠키가 둘인 것을 몰랐던), 교통사고로 다친 다리를 이끌고 무작정 트랙을 달린 그리고 항상 이츠키(男)가 어려운 책을 잔뜩 빌려갔던…. 히로코는 이츠키(男)를 잃은 산에 올라, 그에게 묻는다.

“잘 지내시죠, 저는 잘 지내요.”

한편, 이츠키(女)는 아프다. 결국 병원신세를 지게되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간 날을 회상한다. 그리고 그 날, 이츠키(男)가 왔던 것도…. 이츠키(女)는 몸이 낫고, 편지를 계속 주고 받는다. 그러다, 자신의 모교로 찾아간다. 이츠키(男)와 함께 다니던 학교. 이츠키(女)는 도서실을 방문하고(여기서 후지이 이츠키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함) 그의 후배들로부터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이 적힌 도서카드를 모으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 주인공이 궁금했다는 것이다. 이츠키(女)는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히로코에게 보낼 편지가 마무리 되어간다. 어느날 후배들이 찾아왔다. 빛바랜 도서카드 뒷면에 그려진 자신의 어릴적 모습…. 이츠키(女)는 어쩔줄몰라하며 시선처리를 하지 못한다. 후배들의 기대에 찬 모습. 결국 이츠키(女)는 그 편지를 히로코에게 보내지 못한다.

처음엔 히로코에 대한 동정이 강했다. 자신과 닮은 이츠키(女)를 보고,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만약, 이츠키(男)가 살아있었다면 멱살이라도 잡고 물어볼 수 있었을텐데…. 게다가 이츠키(女)가 보내오는 편지에 적힌 이야기들은 히로코의 추리를 더욱 더 확고하게 하는 것들 뿐이다. 이츠키(女)는 그것이 어릴적 안좋은 기억들일 뿐이라고 적고 있다. 산에 올라 “잘 지내냐”고 원망하듯 소리쳐 물어보며, “나는 잘 지낸다”라고 답하는 건, 반어적인 표현이리라.

그러나 요즘 또 다른 생각이 들곤한다. 자신의 첫사랑을 뒤늦게 알아버린 이츠키(女)의 마음에 대한 것이다. 정말 그랬던 것이냐며 이츠키(男)에게 묻고 싶지만, 그 대상은 이미 죽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런 상황에서의 그녀의 마음.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숨을 몰아쉰다. 눈 내리는 날, 온 힘을 다해 눈밭을 달리고 잠시 멈춰선 어린애처럼. 그리고 이츠키(男)를 생각한다. 히로코에 대한 동정과 이츠키(女)가 느끼는 첫사랑의 아련함, 영화는 이 둘 모두를 그리고 있는 게 아닐까.